생각지도 못한 이색(異色) 기차여행을 했다. 특별하고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여행이랄까. 우연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1시간 52분짜리 여행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을 하다가 지난달 초순, 한울 원자력 발전소에 업무차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 발전소 안에 시험 장비를 설치해 두고, 점심 먹으러 밖에 나왔다가 시간이 남아 남쪽 도로로 향했다. 얼마 안 갔는데, 오른쪽에 기차역이 보였다. ‘흥부역’이었다. ‘놀부가 아니고 흥부네!’하고 멋진 이름이라 여기면서 지났다. 그 때문인지, 바로 이름 기억이 되살아났다.
마침, 2025년 1월 1일 개통된 동해선 철도의 유튜브 동영상 게시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싶어 ‘포항-흥부 기차’라고 검색창에 입력했다. ‘이게 웬 행운이람!’하는 속말이 절로 나왔다. 이심전심인지 포항역에서 해 뜰 녘에 출발하는 기차의 동영상이 있었다. 첫차이겠지. 동영상을 찍은 방향도 객실에서 동쪽 즉, 바다 측이어서 일출 장면도 보겠다 싶어 환성을 질렀다.
동영상 이름도 “동해선 개통 첫날 첫차 타고 포항에서 놀부? 흥부역까지 주행 영상”이라고 게시자가 재미있게 정했다. 얼른 새해 첫날 포항발 첫 해맞이 이색 기차여행을 시작했다. 비록 열흘 뒤에 하는 이색여행이지만 마음은 새해 첫날, 첫 기차를 타고 가는 설레는 기분이다.
‘내 책상, 내 의자에 앉아 설날 새 동해선의 기차여행을 다 하는구나….’ 꿈만 같다는 기분을 이렇게도 느낄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클릭했다. 기차는 부드럽게 출발한다. 객실 내에 소곤거리는 승객들 목소리와 함께 “우리 열차 출발합니다!”하는 승무원의 소리가 들린다. 기차가 속도를 내자 레일 위를 차량 바퀴가 구르는 소리 주기도 빨라진다.
신항만으로 가는 지선을 지나고 흥해 들판의 고가 철로를 갈 때, 멀리 나지막한 산 능선 위로 새해 첫 해가 찬란하게 떠올랐다. 아마 남송리 어떤 산인 것 같다. 바다 일출을 만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산에서 평야로 비치는 일출도 장관이다. 열차는 쉼 없이 잘도 달린다. 동해선 포항지역의 두 번째 역 월포까지 11분이 걸렸다. 차를 몰고 오면 반 시간 정도 걸렸었는데, 참 빠르다.
이어서 장사, 강구, 영덕, 영해, 고래불의 영덕군 5개 역도 정차했다. 울진군의 후포, 평해, 기성, 매화, 울진, 죽변, 흥부역까지 7개 역을 정차한 뒤 동영상은 끝났다. 그러니까 13개 역을 정차한 것이다. 중간에 2, 3개 역에서 하행 교행 열차도 보냈는데, 타임 스케줄이 잘 되어 승객들이 별로 기다리지 않았다. 포항에서 차를 몰고 흥부역까지 오려면 빨라야 2시간 반 정도 걸릴 텐데, 40분 이상 단축된 것으로 보인다.
소감은 해안가를 달리는 구간이 짧고, 터널 길이 얼추 절반은 돼 보이는 것, 바다를 볼 수 있는 노선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따사한 봄날 손자들을 데리고 오고 싶은 흥부의 마음이 꿀떡같이 들었다. 한울 원자력 홍보관을 구경하며 깔깔대는 손자들의 소리가 미리 들리는, 새해 첫날 첫 동해선 이색 기차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