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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지혜로 위기를 기회로 뒤집자

등록일 2025-01-01 19:37 게재일 2025-01-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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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대기자의 ‘신년 논단’
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해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2024년만큼 힘든 해가 있었는가 싶다. 극단적인 대결 정치로 국정이 마비 상태였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건국 이래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이 수없이 벌어졌다. 마침내 연말에는 비상계엄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에 항공 사고까지 덮쳤다.

올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시련은 한편으로는 기회다. 문제가 감추어졌을 때보다 드러났을 때 해결할 여지가 생긴다. 2024년의 힘들고, 어둡고, 암울했던 일들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발전을 향해 도약하는 희망의 한 해를 만들도록 노력하자.

2025년은 을사(乙巳)년이다. 음양오행으로 따지면 천간 을(乙)은 나무와 푸른색이다. 나무는 끊임없이 자란다. 생명력, 성장, 유연성을 상징한다. 지지 사 (巳)는 뱀과 불이다. 뱀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변화와 재생, 지혜를 상징한다.

뒤돌아보면 을사년의 역사는 참담했다. 1905 을사년에 을사늑약이 체결됐다. 조선의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겼다. 1545 을사년은 대규모 사화로 100명 가까운 사람이 유배와 죽임을 당했다. 왕비들의 친정인 파평 윤씨 가문에서, 대윤과 소윤이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싸웠다. 이를 계기로 외척이 전횡하고, 훈구파가 장악하는 조선 말 당쟁의 틀이 굳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심판과 함께 내란죄로 형사재판도 받는다. 유죄든 무죄든 엄청난 변화를 피할 수 없다. 탄핵 심판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2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3개월 걸렸다. 형사재판과 함께 가는 점이 박 전 대통령과 가깝다. 헌법재판소가 심판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데다 윤 대통령이 철저히 법적 다툼을 준비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 때보다 더 길어질 것 같다.

헌법재판소법에는 사건 접수(12월 14일) 후 180일 이내에 선고하게 돼 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관 두 명이 4월 18일 퇴임할 예정이라 그전에는 선고할 것으로 기대한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상반기 중에 선거를 치른다는 말이다.

기각하면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보증 아래 비상계엄을 다시 발동하고, 정치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 보복과 저항의 엄청난 혼란이 뒤따른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자제해도 야당이 윤 대통령을 심하게 흔들 가능성이 있다. 임기 말과 겹쳐 예측하기 어려운 정국으로 들어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재판의 향방도 큰 변수다. 탄핵이 인용되고, 이 대표의 피선거권 제한이 확정된다면 새판을 짜는 큰 변화가 시작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증오의 선거였다. 조국의 강으로 갈라져 양 진영이 모두 흥분했다. 국가 발전보다, 미운 정치인을 응징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선거를 반복하면 안 된다. 민주화와 근대화에 모두 성공한 빛나는 성과를 분풀이, 화풀이에 낭비할 수는 없다. 자식들을 500년 전 당쟁 속으로 다시 던져넣을 수는 없다.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세계 각국이 비상이다. 우리만 집안싸움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며 협상하려 한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0배 올리고, 한국에 추가 관세를 물리려 한다. 정치 불안정에 외국 자본이 탈출한다.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 리스크를 재생산하고, 증폭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좋든 싫든 경쟁 정당의 집권을 인정해야 한다. 그 가능성을 참지 못하면 전체주의다. 북한 정권, 나치 정권이 된다.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의 분점(分占)과 극단적인 대결에 대한 회의론이 커진다. 그렇지만 개헌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 임기가 많이 남은 국회의원들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어느 쪽으로 가건,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맞물린 정치판을 뒤집을 기회다.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뱀은 지혜의 상징이다. 냉철한 뱀의 지혜로 어려움을 이겨내면, 답답했던 정치에 숨통을 틀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자. 희망이 살아 있는한 앞날은 밝다.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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