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여름이 없듯, 춥지 않은 겨울도 없다. 겨울은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바다가 외려 매력적인 계절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겨울 낭만을 찾아 두꺼운 외투로 몸을 감싸고 동해의 해변을 걷는다.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함께. 드물게는 홀로 12월의 바닷가를 산책하는 이들도 있다.
절기는 대설(大雪)을 지나 동지(冬至)로 간다. 지금 한국은 겨울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에 서있다.
비단 기온만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어 많은 이들이 걱정이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사회적 분위기는 우울과 분노를 오가고, 경제는 파탄 일보 직전이란 신호가 들어와 있는 상태다.
24절기 중 21번째 절기인 대설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태양의 황경이 255도에 도달한 때다. 대설을 맞은 날 눈이 오면 이듬해엔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동지는 태양이 황경 270도 위치에 있을 때를 지칭한다. 한 해 중 밤이 가장 길어진다. 올해는 21일이 동지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이날은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사람들의 출근길. 어깨 움츠러드는 추운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그런데, 마음을 차갑게 하는 일들까지 자꾸 생긴다.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와 국민의 노여움, 대통령 탄핵 소추 표결을 둘러싼 갈등과 고위 장성들의 연이은 구속영장 발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눈보라 속 같은 이 겨울이 어서 지나고, 누구나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다사로운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벌써부터 간절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