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문화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문화계가 대외적으로 이룬 최대 성취로 평가받으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구·경북 지역 문화계 역시 다양한 성과와 발전을 이루며 주목받았다.
2024년을 마무리하는 12월, 올 한 해 대구·경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지역 문화예술 수준의 획기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주요 문화계 소식을 정리한다.
10월 4일~ 11월 8일까지 36일간 펼쳐져
누적 관객 수 2만2000여 명 몰리며 성황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새 시립미술관
소장품 가치 국내 최고수준 이목 집중
영일대 해상 누각 일원서…7만명 몰려
북 토크·공연 등 관광 연계효과 큰 성과
‘포항국제음악제’로 명칭변경 도약 발판
국내 최정상 클래식 연주자들 대거 참여
경주 복합문화도서관 타당성 조사 완료
포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 착공식 개최
◇제2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성과…국제적인 오페라 축제로 발돋움
대구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브랜드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오페라 축제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지난 10월 4일부터 11월 8일까지 총 36일간 5편의 메인 오페라를 중심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시 일원에서 펼쳐져 성황을 이뤘다. 21회째를 맞은 올해 축제에서는‘길을 열고 나아가다’라는 주제로 메인 프로그램 6건 11회, 콘서트 시리즈 3건 12회, 특별행사 2건 6회를 선보이며 누적 관객 수 2만2000여 명, 타 지역 관객 수 4114명, 외국인 관객 수 429명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가장 큰 성과는 수준 높은 작품과 신선한 초연, 소통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교류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너지가 차원 높은 국제적 오페라 축제로 발돋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독일 근대 오페라의 상징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거장 안토니오 비발디의 ‘광란의 오를란도’,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삶을 다룬 창작오페라 ‘264, 그 한개의 별’ 등 다양한 작품이 선보여 문화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전 세계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각인시켰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2003년 단일 공연장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한 오페라하우스가 개관된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이 같은 인프라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해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서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대구시의 문화예술 브랜드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궁극적으로 도시 활성화까지 도모할 만한 가능성을 보유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지역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작한 콘텐츠가 올해 더욱 빛을 발하며 성공을 거둔 것이 특징이다. 그런 이유로 서울에 집중돼 있던 중앙집권식 문화를 보다 고르게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으며, ‘문화 분권화’를 실현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대구는 오페라의 도시로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대구의 새로운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자리 잡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에서 대구를 주목하게 한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소식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초의 사립 미술관인 서울 간송미술관의 대구 분관이다.
지난 9월 3일 대구 수성구 삼덕동에 문을 연 대구간송미술관은 지역의 새로운 문화·관광 명소이자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일찌감치 부상하며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였다. 2011년 대구미술관 개관 이후 13년 만에 새로운 시립미술관을 개관했기 때문이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1906~1962년) 선생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시대 배경 속에서 우리나라 문화의 대표적인 정수를 모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서화, 도자기, 고서 등 국보급 문화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설 전시한다. 소장품의 질이나 그 가치가 국내 최고 수준으로서, 대구를 넘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수성구 대구미술관 바로 옆 부지 2만4073㎡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8003㎡ 규모로 건립됐다. 국·시비 446억원을 들여 2022년 1월 착공해 올해 4월 2일 준공했다. 항온·항습, 보안·방범, 소방시설, 공조시스템 등 소장품 수준에 걸맞는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9월 3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린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에서는 국보 제70호 훈민정음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월하정인, 김득신의 야묘도주 등 전통 회화와 고려 상감청자 대표작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조선 백자 대표작인 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등 국보와 보물급 문화유산 40건 97점과 간송 유품 26건 60점을 선보였다. 이는 간송미술관이 개최한 역대 전시 중 최대 규모로, 개관 72일 만에 관람객 20만명을 돌파할 만큼 높은 관심을 끌었다. 개관전 기간 동안 22만4000여 명이 방문했으며, 하루 평균 2881명이 찾았다. 이 중 타 지역 관람객은 약 9만3000여 명으로 42%를 차지했다. 이는 대구간송미술관이 지역의 새로운 상징물이자 문화예술 관광명소로 자리 잡게 됐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 성료, 포항시 독서의 도시로 우뚝 서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초로, 국내 최대 규모의 독서문화 축제인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2024년 한 해 동안 포항시에서 성대하게 열려 포항시가 독서의 도시로 거듭났다.
포항시는 지난 3월 28일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에서 ‘책의 도시 선포식’을 개최한 이후 포은 중앙도서관을 비롯한 포항시 전역에서 5개 분야 100여 개의 독서 관련 프로그램과 강연, 공연 등 다양한 연간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포항 전역을 문화 현장으로 만들었다.
특히 지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북구 영일대 해상 누각 일원에서 진행한 ‘2024 대한민국 독서 대전 포항 본행사’에는 7만명의 관광객과 시민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행사는 ‘책으로의 항해, 동해 책을 만나다’라는 슬로건으로 책과 관련한 강연과 북 토크, 공연, 체험, 전시, 북 페어, 학술토론 등을 다채롭게 진행해 도시 브랜드 제고와 관광 연계 효과를 내면서 큰 성과를 남겼다. 전국 70개 출판사와 독립 서점이 참여한 북 페어에서는 다채로운 독서 및 출판문화를 선보였으며, ‘2024 어린이책의 해 콘퍼런스’에는 전국의 어린이 도서 전문가들이 모여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또한‘국민이 뽑은 바다 그림책 7선’과‘비치 라이브러리’는 관람객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으며, 포항 지역의 역사적 인물과 작가들의 작품 전시 및 강연, 북 토크를 통해 지역 문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아울러, 포항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지난 10월 1일 발표되자, 이를 기념해 10월 23일부터 11월 23일까지 한 달간 8개의 포항시립도서관에서 한강 작가의 대표작 15종과 한강 작가의 대표작을 전시했다. 도서관에서는 한강 작가의 위상을 알리고 노벨 문학상의 의미를 되새기는 강연회 등을 마련했으며, 한강 작가 대표작 낭독회와 작품 깊이 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들의 독서 열풍을 이끌었다.
◇명칭 변경 ‘포항국제음악제’…지역 대표 문화·관광자원 가능성 확인
올해로 4회째를 맞은 ‘2024 포항국제음악제’가 지난 11월 1일부터 8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및 포항시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돼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2021년 ‘포항음악제’로 시작해 지난해부터 경북도의 지원 확대에 힘입어 ‘포항국제음악제’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지역 대표 브랜드로 도약하고자 힘쓰는 동시에 지역을 넘어 국제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로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
‘바다의 노래, SONG OF THE SEA’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음악제에서는 국내외 최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해 총 8개의 메인 공연을 비롯해 포커스 스테이지와 아티스트 포항, 찾아가는 음악회, 마스터 클래스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여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개막공연에서는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윤한결과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협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서막을 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플루티스트 김유빈,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지휘자 윤한결 등이 참여해 선사한 매혹적인 하모니는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포항국제음악제가 지역 대표 문화·관광자원으로서 지속 성장하고 문화도시 포항의 국제적 위상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역민의 오랜 염원인 문화시설 확충 본격화
지역 주민들의 오랜 바람이었던 문화시설 확충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했다.
먼저, 포항시는 수필가 한흑구 선생의 문학 정신과 고결한 삶이 미래 세대들에게 전승될 수 있도록 문학관 건립 추진에 돌입했다. 시는 포항예술인총연합회 중심으로 구성된 한흑구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의 세미나 등 일련의 사업을 지원하고 지난 11월 10일 개최된 한흑구(1909~1979·한세광) 선생의 타계 45주기 포항시민 추모식에서 포항 남구 송도 일원에 문학관 건립 추진 의사를 밝히며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학관이 건립되면 일제강점기 시절 단 한 줄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았던 독립운동가이자 에세이 이론과 명작을 겸비한 한국수필의 대가로 평가되고, 광복 후 포항문화의 근간으로 한국 문학사에 남긴 큰 발자취를 통해 한국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경주시가 올 초부터 추진해 온 경주복합문화도서관 건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역민의 염원이자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을 위한 경주 복합문화도서관은 도서 대여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공연 등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도서관으로서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다.
경주시는 복합문화도서관 건립과 관련한 행정안전부 타당성 조사와 자체 지방재정투자심사를 지난 11월 마쳤으며, 2025년 설계 공모와 실시 설계를 거쳐 세부 계획을 확정하고 이르면 2026년 착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주 복합문화도서관은 황성동 황성공원 내에 787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1000여㎡ 규모로 지어진다. 복합문화도서관에는 북카페, 동아리실, 자유열람실, 어린이자료실, 일반자료실, 다목적실, 회의실, 보존서고 등이 들어선다.
이와 더불어 포항시는 지난 7월 북구 장성동 옛 미군부대 부지에서 연면적 6만3818㎡ 규모의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포엑스·POEX) 착공식을 개최하고 글로벌 마이스(MICE) 산업 도시에 도전한다.
총사업비 2166억원이 투입되는 포엑스 건립 사업은 2026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전시, 공연, 교육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될 포엑스 건립 사업 등을 통해 포항시가 경북을 대표하는 문화·관광도시로서 지속 성장하면서 문화·관광도시 포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