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일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4조1000억 원 규모의 감액을 반영한 예산안을 오는 2일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단독 처리한 것을 사과하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예비비와 특활비를 삭감한 것은 잘못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여당과의 합의가 불발되고, 기획재정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법정시한인 2일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라 11월 30일까지 예결위가 의결하지 않으면 한 달간 논의한 것은 무용지물이 되고 정부안이 올라간다”며 감액안을 의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위에서 정부 예산안 중 지출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안을 의결했다. 예비비 2조4000억 원과 대통령비서실·검찰·감사원·경찰청 특별활동비 전액이 삭감됐다. 박 원내대표는 특활비·예비비 삭감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도 않고, 검찰이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입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일 본회의에서 예산부수법안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결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낸 세법안은 초부자 감세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초부자만을 위한 감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추가적인 감액도 가능하다며 정부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 정부안을 폐기하고 4조 1000억 원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이 올라가 있는데 정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최소한 4조 1000억 원으로 처리될 것”이라며 “(남은) 24시간 내 추가로 불필요한 예산이 있다고 하면 추가로 반영해 더 많은 감액을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여야 원내대표 간 ‘예산 만찬’ 제안에 “우 의장 중재 하에 필요하다면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서 논의할 부분이 있는지 말씀을 나눠보겠다”며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태도가 있다고 하면 추가적인 협상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추경호(대구 달성)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 민주당 안대로 통과되면 향후 많은 어려움이 있긴 하겠지만 당정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모든 적법한 수단을 강구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가면서 내년도 예산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해나가겠다”며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감액안을 강행 처리하기 전까지만 해도 수없이 많은 증액 사업을 요구했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많은 행동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정책 사업, 지역 사업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개·비공개로 수 없이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쪽에선 증액 요구를 수없이 쏟아내면서 뒤로는 예산안 감액 부분만 강행 날치기 처리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자기들이 감액안을 단독 처리해 놓고 갑자기 증액을 협상하겠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또 “감액안 처리 이후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이 지라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저자세로 나오지 않겠냐, 무릎 꿇고 빌면서 정책 사업 예산을 반영시키지 않겠냐, 이런 헛된 망상은 버려라.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도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 치안, 외교 등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들에게 피해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임을 밝힌다”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