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짓이다. 여의도에 정치는 없다. 상대를 죽이려는 전쟁만 있다. ‘치킨게임’이 있다.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마주 달린다. 그대로 달리면 두 자동차 운전자가 모두 죽는다. 공포를 이기지 못한 운전자가 옆으로 피하면 ‘치킨’(겁쟁이라는 뜻)이 된다. 둘 다 버티면 목숨을 잃게 된다.
이런 미친 게임은 없어졌다. 학술용어로나 쓰인다. 그런 치킨게임이 여의도에서는 벌어진다. 정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술이다. 타협과 양보가 미덕이다. 여의도는 완전히 거꾸로다. 공멸뿐이다.
문제는 국민이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치킨게임은 미친 짓을 한 사람이 책임진다. 정치인들의 치킨게임에서는 본인들이 멀쩡하다. 마주 달리는 건 정치인들인데, 피를 흘리는 건 국민이다. 무슨 나라 꼴이 이 모양인가. 솔로몬의 재판에서는 자기 욕심보다 아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이 진짜 부모다. 여의도와 용산에서 국민을 더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다.
‘법대로’가 문제다. 상앙과 이사가 한국 정치를 장악했다. 대통령도, 야당 대표도, 여당 대표도 모두 법률가다. 법은 정치를 풀어가는 마지막 수단이다. 정치로 풀 것을 법에 넘기면 직무 유기다.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오기다. 양보하느니 함께 죽겠다는 무모함이다. 법은 최소한이 규칙이다. 법으로 다 풀 수 없다.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서로 ‘내 권한’만 내세운다.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건 말건, 후보가 부적격이라고 하건 말건, 임명장을 준다. 대통령이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 절대다수 야당도 아무 고민 없이 무조건 부적격 판정을 내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견을 들어보려고도 않는다. 법안을 결정하고, 청문회를 결정하고, 증인을 소환하는 일은 혼자서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된다는 배짱이다. 미국 대통령은 배짱이 없어 야당 의원에게 전화하고, 백악관으로 초청해 밥을 먹나. 자신의 정책을 뒷받침할 법률과 예산도 통과하지 못한다. 애먼 국민만 피해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 논란이다. 언제는 대통령이 당무에서 손을 뗐었나. 민주당 정부라고 달랐나. 어림도 없는 소리다. 여론도 무시한다. 지지율이 바닥을 쳐도 모르쇠다. 야당은커녕 국민에게 사과도 해명도 거부한다. 탄핵하려면 해보라는 배짱이다. 국민의힘 대표들을 줄줄이 쫓아냈다. 권위주의 시절 당총재를 능가한다.
민주당은 한술 더 뜬다.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무더기로 탄핵 소추하더니, 이제 감사원장까지 탄핵한다고 한다. 입에 올리는 것도 조심하던 탄핵이 감초 다루듯 한다. 21대 국회에서 13건, 22대 국회 들어 11건을 소추했다. 탄핵은 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 그렇지만 국회가 소추만 해도 직무가 정지된다. 엄연한 사법 방해다.
감사원이 지난 정부가 벌인 일들을 감사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경제통계 조작, 사드 배치 지연, 북한 GP 철수 부실 검증, 탈원전정책…. 감사원의 국정 바로잡기에 제동을 걸려고 또 탄핵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핑계다. 방송통신위원장은 일을 하기도 전에 임명하자마자 바로 탄핵을 추진했다. 이제 직무대행까지 탄핵한다고 한다. 2인 방통위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국회몫 방통위원은 추천하지 않는다. 방통위를 마비시키려는 의도다. MBC 등 공영
방송의 운영체계를 민주당에 유리하게 유지하겠다는 욕심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대통령비서실·검찰·경찰·감사원 특활비를 모두 삭감했다. 정부 예비비도 절반인 2조 4천억 원을 깎았다. “헌법이 보장한 대로” 심사했다고 한다.
지난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의 임원들이 윤석열 정부 임기가 절반이 지나도 버티고 있다. 대통령이 오른쪽으로 가는데, 공공기관은 왼쪽으로 간다. 정부가 마비되면 대통령 책임이다. 법대로만 하면 책임이 없나.
민주당이 소추한 탄핵안이 줄줄이 헌재에서 기각됐다. 정부 기능이 마비된다. 치킨게임은 미친 짓이다. 그래도 그들은 자기 목숨을 건다. 국민을 걸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정치인은 비겁하다. 무모한 탄핵이 기각돼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