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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비싸고 예전만큼 안 찾아 김치, 이제는 그냥 사 먹을래요

단정민기자
등록일 2024-12-01 18:23 게재일 2024-12-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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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마다 늘어나는 김장 졸업<br/>소비자 35.6% “올해 김장 의향 줄어”<br/>가장 큰 이유로는 “비용 부담” 꼽아<br/>가을배추 출하로 진정되던 배춧값<br/>폭설로 하루새 도매가 38.6% 급등

포항시 남구에 사는 주부 김 씨(58)는 올해 김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매년 가족들과 김장을 해왔지만, 김장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데다 예전만큼 김치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족들과 모여 김장하던 시간은 즐거웠지만, 배추나 고춧가루 같은 주요 재룟값이 작년에 비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요즘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소포장으로 김치를 사 먹는 것도 맛이 괜찮아 굳이 대량으로 담글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장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김치를 직접 담그는 가정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식생활의 변화로 김치 소비량 자체가 감소한 데다 매년 반복되는 재룟값의 급등락이 김장에 대한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는 폭염과 가뭄, 폭설까지 겹치며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소비자 5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김장 의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6%는 작년에 비해 김장할 의향이 줄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42.1%가 비용 부담을 꼽았다. 4인 가족 기준 김장 규모 역시 평균 18.5포기로 작년의 19.9포기에서 소폭 감소했다.

올해는 폭염과 가뭄이 겹치며 배추 소매 가격이 한 때 1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가을배추가 출하되며 진정되는 듯했지만,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 폭설로 배춧값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배추 도매가는 ㎏당 1210원으로 전주 대비 55.84% 상승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 10㎏ 한 망의 상품(上品) 가격은 폭설이 내린 27일 1만67원에서 28일 1만3956원으로 하루 만에 38.6% 급등했다. 유통업계는 폭설로 인해 일부 산지에서 출하 작업이 중단되고 운송에도 차질이 생겨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장에 필수적인 재료인 무의 가격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무 도매가는 일주일 새 56.76% 오르며 배추와 함께 김장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산물 도매가 상승은 아직 소매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배추 한 포기당 평균 소매가는 3243원으로 전주 대비 7% 상승했다. 무 한 개의 평균 소매가는 2834원으로 같은 기간 6.7% 올랐다. 하지만 도매가 상승 여파가 소매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는 이번 폭설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하가 진행되고 있는 주요 산지인 전남과 경남 등 남부 지역은 폭설 피해를 덜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추와 무의 가격은 김장철 이후 점차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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