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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간섭하면, 재판이 ‘아수라’ 된다

등록일 2024-11-24 20:04 게재일 2024-11-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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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애처롭다.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2심, 3심이 남아 있다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1심 형량을 고려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벌금 100만 원 이상만 받아도 다음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아무리 감형 노력을 해도, 그 아래로 내려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게 끝이 아니다. 오늘(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있다. 지난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영장전담 판사는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적시했다. 검찰 기소에서 유죄는 입증됐다는 말이다.

그 밖에도 3건의 재판을 더 치러야 한다. 갈수록 무거운 혐의들이다. ‘대장동·백현동·성남FC 특혜 의혹’을 묶은 재판과 대북 송금 혐의, 경기도 예산 1억여 원을 배임한 혐의도 있다. 며칠 전 부인 김혜경 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법인카드 유용 사건과 관련해 추가 기소됐다.

마지막 사건은 상대적으로 작아도 수치스러운 혐의다. 세금으로 이 대표 부부가 쇠고기·초밥·복요리 등을 시켜 먹고, 과일 등 제사용품, 샌드위치 등 아침식사, 세탁비까지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재했다는 내용이다. 경기도 의전용이라고 산 차를 김 여사 개인용으로 썼다는 부분도 있다. 이 대표는 정치보복이라고 분개한다. 하지만 권력형 부패를 용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대표 대응도 바빠졌다. 이 대표는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 탄핵을 추진했다. 헌법재판소가 기각하건 말건, 탄핵 소추된 검사는 일단 직무가 정지된다.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에서는 이 대표 사건을 변호한 변호사들이 대거 공천받았다. 민주당 텃밭에서 모두 당선됐다. 민주당이 이 대표 변호용 로펌처럼 움직인다. 국회 법사위가 법원과 검찰을 흔든다. 국정감사, 국정 조사는 물론 특별검사까지 동원한다. 입법과 예산으로 방탄막을 친다.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해 가능해졌다.

검사를 무고죄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을 새로 만든다고 한다. 수사기관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증을 강요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불리한 혐의가 모두 검찰의 무고요, 증거 조작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향한 협박이다.

내년 예산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80억 원, 특정업무경비 506억 원을 모두 깎아버렸다. 경찰청 특활비 32억 원·특경비·6481억 원과 감사원 특활비 15억원·특경비 45억 원도 민주당 단독으로 모두 삭감했다. 누가 봐도 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이다.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의 5분의 3 가까이 차지했다. 전무후무하게 강력한 힘을 가진 야당이다. 권리와 의무는 함께 간다. 거대한 의석을 차지했으면 국회 활동에 대해 책임도 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회가 특정 개인의 불법행위를 두둔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예산을 배정하고, 법을 만들어도 괜찮은가.

허위 사실 공표와 관련해 이 대표에게 징역형이 떨어지자, 민주당은 아예 선거법의 관련 조항을 지울 궁리까지 한다. 공직선거법에서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원의 중형을 못 막을 거면 그 근거가 되는 조항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당선무효형 기준도 벌금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려 고치기로 했다. 여기에 오비이락(烏飛梨落)이느니, 오얏나무와 갓끈 얘기는 너무 진부하게 들린다.

노골적인 방탄 입법인데, 포장은 민주주의다. 개정 제안서를 보면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라면서 “선거 과정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은 사법 자제(自制)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유권자에게 거짓말 좀 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는 말이다. 그런 거짓말 정도는 허용해야 민주주의가 살아남는다고 한다. 살아남는 게 민주주의인지, 이 대표인지 헷갈린다. 공직 후보에게 거짓말을 허용하면 국민은 무슨 기준으로 표를 찍나.

민주당은 이재명 지키기에 올인한다. 정책도 예산도 거기에 맞춘다. 정의의 심판은 법정에서 가려야 한다. 정치가 끼어드는 순간 정의는 사라진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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