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수 출마 후보자가 어떻게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연결이 됐을까. 명씨가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낸 정황을 창원지검이 포착한 가운데 그중 1명이 고령군수 출마 후보였던 것으로 확인되자 고령군민들도 의아해 하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는 배 모(63세)씨. 현재 모 자동차 고령대리점 대표다. 경북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지역에서 비교적 조용한 생활을 하며 지냈다. 평소 정치와도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뒤늦게 군수선거에 뛰어들자 주변 사람들도 놀랬다. 2022년 당시 고령군수 선거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민선 7기 군정을 이끌어 왔던 곽용환 군수가 3선 연임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면서 출마자가 줄을 이었다. 무려 10여명에 달했다. 이중 8명이 국힘 공천신청을 했다. 이곳 역시 국힘 공천이 곧 당선일 정도로 보수세가 강해 저마다 연줄 잡기에 바빴다. 배씨도 공천을 신청했다. 도당 심사 등을 거쳐 최종 경선에는 5명이 이름을 올렸다. 배씨도 여기까지는 명단에 있었다. 주민들은 정치이력이나 활동 폭 면에서 다른 후보보다는 일천했던 그가 상승국면 속에 최종 후보 명단에 들자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 때 배씨는 지인들을 만나면 국힘 공천은 자기가 받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녔다고한다. 하지만 당시 지역 여론은 현 군수 이남철 후보가 앞서가는 분위기여서 주민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뒤이어 실시된 여론조사 경선 결과도 여론과 다르지 않았다. 이남철 후보가 압도적 차로 공천자로 결정됐다.
배씨는 이후 다시 조용하게 본업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번에 명태균씨 사건이 터지면서 고령지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고령군수 국힘 공천을 받게 해준다는 명씨에게 현금 1억2,0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밝혀진 것. 대통령 선거가 진행될 당시에 진행된 거래였다. 배씨는 검찰 조사에서 명씨 측으로부터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지방선거 후보자를 시켜줄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듣고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씨가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한 만큼 배씨는 명씨로부터 돈만 되돌려 받으면 이 사안은 영원히 묻힐 것이었다. 하지만 엉뚱하게 창원에서 명씨 사건이 불거지면서 지금 배씨는 호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는 지방선거 공천 관련 불법 정치자금을 명씨 등에게 공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법원에서 실질심사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구속영장은 기각되긴 했어도 검찰 조사는 계속 받고 있다.
이 사건이 터진 후 고령군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배씨와 명씨가 어떻게 연결됐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고령과 창원은 지역도 멀고 교류 폭도 좁아 상호 알기도 쉽지 않는 등의 현실적 여건이 있어 더욱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또 배씨가 국힘 도당 최종 경선 명단에 들어간 것에 명씨가 영향력을 미친 부분이 있었을까 등 숱한 입소문 속에 의문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편 배씨는 명씨에게 건넸던 1억2천만원 중 상당 부분은 당 공천 탈락 후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