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과를 견인하는 것은 리더에게 부여된 매우 중요한 미션이다. 그래서인지 서점가에는 리더가 갖춰야 할 지침서 격인 서적들이 넘쳐나고 있다. 또한 콘퍼런스다 강연이다 하여 훌륭한 강사들이 연일 교훈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인덕을 갖춰라’ ‘MZ 세대는 이렇게 소통해라’ 같은 뻔하면서 현장성 떨어지는 소리는 책을 덮게 만들고 강의실을 나서는 순간 휘발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교훈이 감성은 두드려도 성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통이나 공감 능력도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지금의 시기에 매우 중요함에 틀림이 없으나,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존경받는 리더로 남을 가능성은 낮다. 성과가 곧 리더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제품의 가격보다 커야 하는 것이 전통적 생존 방법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기술력으로 세상에 가치를 더하고 인류에 효용을 제공하는 역할이 지속가능 기업의 생존 방정식이다. 서양에서 고래잡이 포경을 하던 주요 이유는 고래 고기가 아니라 양초를 얻기 위해 고래의 두터운 지방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수십 년 동안 번성했던 포경의 황금시대를 종식시키고 고래를 살려 환경 파괴를 막은 것은 인간의 동물에 대한 인류애적 인식의 변화가 아니라, 인류가 사용하지 못하던 원유를 정제해서 연료로 바꾸어준 정유 기술 덕분이다. 존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에서 생산된 석유가 값싸게 공급되면서 촛불은 가정에서 빠르게 사라졌으며, 그 자리를 호롱불이 대신하면서 기술로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를 구원할 아무리 훌륭한 기술도 값싸게 공급할 수 없다면 지속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상품의 시장 지속력을 결정하는 가격이나 기술력은 속도가 핵심 요소이다. 그래서 리더의 능력은 속도 관리에 있다. 상품 개발 단계부터 완성까지 소요되는 속도,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리딩 하여 성과를 내기까지의 속도, 계획된 생산량을 불량 없이 완성하는 속도가 리더의 성과 지표이다. 방향성도 중요한 항목이긴 하나 속도가 결여된 방향성은 희망고문일 뿐이며, 속도는 신속한 방향 수정을 통해 만회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제공한다. 속도는 성과를 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업의 리더는 관리범위에 있는 일의 속도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정지해 있거나 속도가 떨어지면 사람이나 설비 또는 표준화된 방법에 문제가 발생된 것임을 알고 대책을 신속히 입안해야 한다.
1시간에 10개를 생산하던 속도가 5개 생산으로 느려졌다면, 실제로는 30분 동안 설비가 정지했다는 인식을 하고 즉시 근원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 생산 속도는 느려졌으나 전력 등 제반 비용은 그대로 공급되고 있을 테니 상품을 만드는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높은 가격은 시장이 외면하여 이익은 소멸되고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프리미어 리그에 열광하는 것도 선수들이 보여주는 속도에 있고, 90분은 어느 리그에서나 똑같이 흘러가지만 속도는 다르다는 것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