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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바스락’ 늦가을 정취 밟으며 걸어요

단정민기자
등록일 2024-11-04 18:49 게재일 2024-11-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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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낙엽길 4곳<br/>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길서 피톤치드 흠뻑<br/>하천따라 이어진 흙길 맨발 걷기 즐기기도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육림호 주변 가을 풍경. /국립수목원 제공

곱게 물든 단풍이 하나둘 떨어지고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와 그윽한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요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늦가을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낙엽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짧고 귀한 가을, 그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만 한 곳이 없다. 수목원은 동쪽의 운악산과 서쪽의 용암산 사이에 있다. 면적이 11.24㎢에 달해 하루에 모두 둘러보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이곳은 다양한 나무와 식물로 가득 차 있다. 가을에 방문한다면 국립수목원의 남쪽 산책로, 특히 숲생태관찰로와 전나무숲길, 육림호 주변을 추천한다. 숲생태관찰로는 460m 길이의 덱 산책로로 천연림 사이를 지나며 가을의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이어지는 육림호 주변 숲길에서는 청명한 바람과 함께 윤슬이 반짝이는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육림호 카페에 들러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즐기기도 좋다. 전나무숲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길 중 하나다.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삼림욕을 체험할 수 있다.

강원 평창 낙엽 가득한 밀브릿지 가을 풍경.
강원 평창 낙엽 가득한 밀브릿지 가을 풍경.

◇ 강원 평창 오대산 선재길과 밀브릿지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반겨주는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약 10㎞ 이어지는 숲길이다. 스님과 신도들이 지금의 도로가 나기 전 오가던 옛길이기도 하다.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평탄한 흙길이라 걷기 편하다. 월정사 일주문을 지나 펼쳐지는 전나무 숲길은 한국 3대 전나무 숲 중 하나다. 월정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선재길로 이어진다. 숲과 계곡, 자연이 어우러진 9㎞ 구간은 산림철길, 조선사고길 등 역사 테마로 구성돼 걸음마다 흥미를 더한다. 완주가 힘들다면 선재길과 연결된 다리를 건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선재길 끝에는 상원사가 있어 경내의 국보인 상원사 동종과 목조문수동자좌상을 감상할 수 있다. 오대산의 또 다른 산책 명소인 밀브릿지는 방아다리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된 자연체험학습장이다. 울창한 전나무 숲 사이의 산책로와 자연 속 건축물들이 조화롭다. 특유의 맛을 자랑하는 방아다리약수를 즐기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해 보자.

대전 서구 장태산 자연휴양림 스카이타워 일대의 가을.
대전 서구 장태산 자연휴양림 스카이타워 일대의 가을.

◇ 대전 서구 장태산 자연휴양림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메타세쿼이아 숲이 가을을 맞아 붉게 물들며 낙엽이 바닥을 돗자리처럼 덮어 장관을 이룬다. 메타세쿼이아는 다른 침엽수와 달리 가을마다 잎이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침엽수로 깊은 가을의 정취를 선사한다. 이 숲은 임창봉 씨가 1972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전시가 인수해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새로 지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휴양림 내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다. 스카이웨이는 지상 10~16m 높이에 놓인 공중 산책로로 마치 공룡의 어깨 위에 올라탄 듯 한 기분을 준다. 스카이웨이 끝에는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가 있어 나선형 덱을 따라 정상부에 오르면 메타세쿼이아 우듬지(나무줄기에서 맨 꼭대기)와 눈을 맞출 수 있다. 이 외에도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과 숲속교실이 있어 차분히 숲을 즐기기에 좋다.

장태산 휴양림에는 다양한 산책 코스와 함께 숲속의집, 산림문화휴양관 등 숙박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하룻밤 묵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기 좋다.

경남 함양 천년의 숲이 만들어내는 상림숲 가을 풍경.
경남 함양 천년의 숲이 만들어내는 상림숲 가을 풍경.

◇ 경남 함양군 상림

함양의 중심에 자리한 상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통일신라 시기 고운 최치원 선생이 조성했다. 당시 홍수로 피해가 잦던 위천(渭川) 주변에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조성한 숲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지혜가 담겨있다. 상림은 현재 120여 종의 활엽수가 울창하게 자라난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숲은 참나무류와 개서어나무가 주를 이룬다. 가을에는 붉은 꽃무릇이 피어 장관을 연출한다. 은은한 가을 햇살 아래 알록달록한 낙엽이 양탄자를 깔아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숲길은 약 1.6㎞로 위천을 따라 이어지며 고운 흙길과 지압 보도가 있어 맨발로 걸으며 숲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상림 내에는 함양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신도비와 척화비도 있다. 연리목과 같은 특별한 나무들도 있어 흥미를 더한다. 숲 주변으로는 공연 무대와 전시관 등 공원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산책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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