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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대통령 자격 있는 거야?”

등록일 2024-11-03 20:20 게재일 2024-11-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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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 지난 1일 문화일보가 발표한 창간 기념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7%였다. 반면 부정 평가는 78%였다. 같은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9%, 부정 평가는 72%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두 여론조사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의혹을 담은 녹음 파일이 공개되기 직전 실시됐다. 조사가 끝난 직후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 육성이 처음 공개됐다. 김건희 여사는 “오빠, 이거 오빠 대통령 자격 있는 거야?”라며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요구를 빨리 들어주라고 재촉했다는 명태균 씨의 목소리 녹음도 공개됐다.

지지율 10%대는 심리적 탄핵상태라고 한다.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 놀랍지도 않다. 앞으로 녹음 내용에 실망한 여론이 어디까지 더 떨어질지 모르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직전 보인 현상과 비슷하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9월까지 30%대 지지율을 지키다, 10월 들어 20%대로 떨어졌다. 그러다 10월 셋째 주 25%에서 넷째 주 17%로 떨어지더니, 11월 곧바로 5%로 추락하면서 탄핵당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일탈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계속 여론을 자극했다. 마지막 방아쇠를 당긴 건 대구·경북(TK) 여론이다. 폭로로 의혹이 부풀어 오르면서 최후의 보루인 TK마저 지지를 거둬들였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지자, 지지율이 10%대로 급전직하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TK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18%였다. 직전 조사의 26%에서 8%나 빠지면서 10%대로 곤두박질했다. 부정 평가는 69%였다. 보수 세력의 지지기반인 60대 이상에서도 부정 평가가 높았다. 60대는 긍정 평가가 24%, 부정 평가 66%, 70대 이상은 긍정 평가 41%, 부정 평가 47%였다. 국민의힘 지지자도 긍정 평가(44%)와 부정평가(44%)가 같다.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2%로 같은 점을 고려하면 지지층도 윤 대통령에게 실망한 것이다.

선거 때는 별별 사람이 다 달려든다. 후보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진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정치 초보다. 화술 좋은 사람이 그럴듯하게 해설하면 빠져들 수 있다. ‘윤핵관’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도 명태균 씨가 풀어냈다고 한다. 편법이건, 불법이건, 정치입문자의 눈에는 능력자로 보였을 법하다. 그런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선거 때는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

잘못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사실대로 털어놓고 국민의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 그런데 왜 대통령 내외는 명 씨를 잘 모르는 사람 취급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가. 어떤 경우든 양파나 살라미처럼 야금야금 비리가 드러나는 것만큼 나쁜 방법은 없다. 거짓말을 하게 된다. 하나씩 터져 나올 때마다 변명과 거짓말로 일을 키운다. 윤 대통령을 무너뜨리려는 사람이라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대응이다. 이제라도 단칼에 잘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런 아내를…”처럼 다시는 그 말이 안 나올 선까지 뒤집어야 한다.

선거 때는 후보 주변 사람이 당연히 총동원된다. 배우자는 가장 훌륭한 참모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아무리 큰 역할을 했어도, 당선된 사람은 후보 한 사람이다. 선거가 끝난 즉시 뒤로 물러났어야 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일이 있었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모두 던져 사죄하고, 스스로 위리안치하는 것이 본인도 살고, 대통령도 사는 길이다.

대통령 주변은 아직도 법률을 따진다. 불법이 아니라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법률만 따지면 불법의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한다. 살라미의 덫에 걸린 이유다. 무서운 건 신뢰 상실이다. 재판이 아닌 정치로 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스스로 그 질문을 할 때다. “오빠, 대통령 자격 있는 거야?”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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