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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소녀의 힘겨운 짐

등록일 2024-10-28 18:21 게재일 2024-10-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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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이어 레바논과 이란으로까지 전쟁을 확장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미 폐허가 됐고, 레바논의 무장정치조직인 헤즈볼라의 주요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폭격에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앙숙 이란과는 서로 미사일을 주고받으며 엉뚱한 민간인 사상자만 유발하고 있는 상황.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쟁을 결정한 지도자가 아닌 힘없는 여성과 아이들을 덮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의 걱정도 날이 갈수록 더한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눈물 속에서 살고 있고, 정치-종교적 갈등과는 무관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포탄을 걱정하며 공포에 질려있다.

최근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쓰리고 아프게 했다. 8~9세로 추정되는 어린 팔레스타인 소녀가 자기만큼 큰 동생을 들쳐 메고 2㎞가 넘는 거리를 걷고 있다가 한 기자에게 발견됐다.

맨발로 황량한 길을 걸어온 소녀는 교통사고를 당한 여동생을 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무거운 짐’을 지고 아이로선 힘겨운 거리를 걸어왔던 것.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없었다면 보지 않아도 좋았을 장면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불화로 현재까지 가자지구 주택의 90%가 파괴됐다. 삶의 기반이 무너진 곳에서 겨우겨우 버티던 팔레스타인 사람들 4만 명 이상이 죽었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도 죽은 자 못지않다. 열 살도 안 된 소녀와 동생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이 광기는 언제가 돼야 끝이 나려는지. 해답 없는 질문을 받은 듯 답답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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