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3현(現) 주의’라 하면 현장(現場)에서 현물(現物)을 관찰하고 현실(現實)을 인식한 이후에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경영원칙을 일컫는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3현(現) 주의’는 현지(現地)에서, 현지인(現地人)이, 현지어(現地語)로 혁신을 전파하는 해외 혁신 활동의 신념(信念)을 말한다.
10여 년 전 필자가 P사 해외법인에 전파한 혁신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3현(現) 주의’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 현지에서 현지인이 현지어로 혁신을 직접 리딩(Leading)한 법인은 ‘일과 혁신이 하나’로 성공적인 혁신이 정착된 것을, 경영층이 시켜서 마지못해 추진했던 법인은 ‘일 따로 혁신 따로’로 무의미한 혁신이 추진되는 것을 보았다.
어느 해외법인에서 혁신을 컨설팅할 때의 일이다. 법인장의 혁신에 대한 의지와 관심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3개월도 안되어 현장은 놀랍게 변모해 갔다. 그러나 어느 날, 혁신팀 직원 한 명이 다른 부서로 옮겨가고 리더 역할을 하던 직원이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법인장은 바로 인력을 보충해 주었지만 혁신은 내리막길로 향하였다.
새로 부임한 혁신 담당자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 라는 의문이 생겼었다. 필자는 이전팀과 현재팀의 일하는 방식을 비교해보았는데 특징이 아주 다르다는 사실이 파악되었다.
전임 혁신팀장은 시간만 되면 현장의 반장, 주임들과 소통을 많이 하며 공감대를 쌓는 데 초점을 두었고 덕분에 중간 관리자들의 힘을 빌어 순조롭게 혁신 추진을 할 수 있었고, 추진 속도 역시 빠를 수밖에 없었다. 후임 혁신팀장은 현장에서 해야 할 개선 활동을 혁신팀에서 다 하느라 매일 바쁘다 보니 현장과 소통할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
혁신은 혁신팀 혼자서 다 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팀은 혁신 방법론을 가르치고 방향을 설정하고 운영하는 것이며 현장개선은 현장에서 스스로 해야 한다. 현장직원을 움직이려면 현장 관리자의 마음부터 움직여야 한다.
혁신을 시작하여 첫해에 혁신의 단맛을 보고 지금까지 지속해서 혁신을 잘 이어나가는 법인들을 보면, 꾸준히 하나하나 해가면서 그 회사만의 고유한 혁신체계를 만들어 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체계가 잘 표준화되어 있고, 훈련이 잘되어 있으면 경영층 또는 혁신팀이 바뀌어도 절대로 혁신이 무너지지 않는다. 여러 법인을 지도하면서 실패도 해보고 성공의 맛도 보면서 느낀 것은 ‘혁신은 전문가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만 성공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30개가 넘는 P사의 해외법인은 현재 10년이 넘게 QSS혁신을 추진 중이다. 그 중에서 자체 법인만의 체계를 갖추고 혁신 문화가 정착된 법인이 있고, 그렇지 못한 법인이 있다. 혁신의 성공으로 이끌려면 누가 시켜서 하는 혁신이 아니라, 항상 자체 법인에 맞는 혁신의 표준과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하며, 자력추진 역량을 가속화 해야 한다. ‘혁신의 성패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달려있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