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기후통계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 8월에 이어 9월도 기상 관측이래 가장 무더웠던 9월로 기록되었다. 1973년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충된 이후 올해 9월이 가장 높은 월 평균기온(24.7℃), 폭염일수(6일), 열대야 일수(4.3일)로 기록된 것이다. 더욱이 1973년 이후 9월에 폭염일수 자체가 기록된 연도는 올해가 유일하다. 이런 최악의 폭염을 겪고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말보다는 ‘올해가 어쩌면 앞으로의 여름 중 가장 시원했던 때였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 더 와닿는다.
폭염이 한창이던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조항에서 2030년까지만 감축목표(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를 규정하고 이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감축목표가 없어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11.4% 감축율로 타 전환(45.9%), 건물(32.8%), 수송(37.8%), 농축수산(27.1%), 폐기물(46.8%) 부문보다 매우 낮았던 ‘산업부문’도 이제 급격히 높여야 한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주력 에너지인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급격히 줄이면서도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의 혼합을 약칭한 ‘원전+재생e’ 전략을 전환(발전)분야 핵심 감축대책으로 제시했다. 전환분야의 ‘원전+재생e’ 대책은 산업분야가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감축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상당한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미래모빌리티, 디지털헬스케어, 반도체, ABB 등 전력 수요량이 매우 높은 5대 미래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고자 하는 대구시도 ‘원전+재생e’ 대책은 필수불가결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0년까지 전력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목표를 세우고 태양광 발전을 대폭 확대해 왔다. 2020년 여름, 캘리포니아는 극심한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태양광 발전이 저녁 시간대가 되면서 급격히 감소했고 ‘캘리포니아 롤링 블랙아웃’이라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태양광 발전의 변동성 때문에 전력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고, 예비 전력이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 계획적인 정전을 해야만 했다. 이후 이런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태양광 발전에서 잉여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해 부족 시 공급하고 원자력으로 전력수급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있다.
이렇게 원자력이 기저부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신재생에너지가 추가적으로 탄소 배출 감소와 에너지 다각화에 기여하는 효율적인 ‘에너지 믹스 모델’ 즉 ‘원전+재생e’ 대책은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많은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다. TK신공항조성과 반도체, ABB 등 첨단기업을 유치하여 ‘미래신산업 혁신’을 이루면서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대구는 ‘원전+재생e’라는 ‘에너지 믹스 모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