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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땅 사는데 12억 은행 대출 이상한 부동산 거래 ‘갸우뚱’

이석윤 기자
등록일 2024-10-10 20:03 게재일 2024-10-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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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매매 얼어붙자, 공시지가 시세보다 높은 곳 ‘주타깃’<br/>해당 부동산 담보 잡혔다지만<br/>4억 돈도 챙겨 ‘꿩먹고 알먹어’<br/>차주-금융기관 사전협의 의혹<br/>매입자가 등기이전 절차 미뤄<br/>땅 판 지주에 대출이자 부과도

포항에 사는 김 모씨는 최근 흥해읍 소재 상업지역 땅 701.2㎡(약 212평)을 8억2000여만원에 팔았다. 평당 거래가격은 380만원 정도.

매각 전에 두 감정기관에 의뢰한 이 땅의 감정가는 15억원대였다. 하지만 부동산 가치 하락에다 거래 실종으로 감정가 언저리에서는 팔수가 없었다. 이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원금의 이자도 부담이다 보니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반 토막 선에서 매매하며 손절했다. 그런데 김 씨가 놀란 건 이 땅을 산 이 모씨가 받은 대출금이었다. 매입자는 이 땅을 담보로 대구의 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무려 12억2000여만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금은 막대금 지급일 날 이전 도장을 찍은 직 후 곧바로 내놨다. 결국 매입자 이 씨는 땅값을 지불하고서도 4억여 원을 남겼다.

원 지주 김 씨는 “기상천외한 일을 경험했다”면서 뒤늦게 알고 보니 간혹 이런 일이 포항에서 발생하고 있음도 알게 됐다고 했다. 포항 중앙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대출금으로 땅도 사고 돈도 남기는 그런 사례는 소위 은행작업 전문가가 행하는 거래로, 공시지가가 시세보다 높은 곳이 작업 대상”이라고 전했다. 그래야 대출금이 거래액보다 더 나온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선 해당 부동산이 대출 실행 담보로 잡혔다지만 차주와 대출금융기관간에 사전 협의가 없고서는 이런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적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이런 거래에는 간혹 사기나 매도자의 명의도용 등의 피해가 발생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포항시 북구 대흥동 모 상업부지. 100여평 남짓한 이 땅은 지난 5월 11여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이 땅 역시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보다 높다. 나이도 있고 해서 어떤 식으로든지 땅을 팔아야했던 지주는 역시 막대금 날 등기서류를 넘겨주고 잔금을 받았다. 하지만 매입자는 등기이전 절차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 사이 이자가 지주에게 부과돼 확인해 본 결과, 그 땅을 담보로 14억원이 대출돼 있었다. 서류를 넘겨 줄 당시 꼼꼼히 챙기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 됐다. 지주가 항의하자 매입자는 1년 후 등기를 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 경우는 감정기관에서 해당 부지를 평가한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올해 다시 감정을 해도 감정 금액에는 변화가 없지만 내년에 감정을 해 총액이 올라가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빚어진 케이스다. 지주는 매입자로부터 내년에 등기를 하면 4억원을 추가 대출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매입자가 이자도 내주고 해 현재 견디고는 있으나 혹시 자기도 모르는 일이 발생할지 늘 걱정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경기 하락 속에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NH농협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 적정성 여부를 자체 감사하던 중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를 발견해 지난 9일 형사 고소했다. 대출 실행 후 해당 부동산 매도인과 매수인 간에 담보여력 부분과 관련한 적절치 못한 일로, 140여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포항 장성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지방의 경우 땅을 팔려는 사람은 많으나 구매자는 없는 상황, 다시 말해 부동산 경기가 멈춰서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구매자는 땅을 팔아야하는 측의 사정을 잘 알기에 자기들이 원하는 서류를 받아 가 장난치기도 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석윤 기자 lsy72k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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