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가을이 봄보다 좋은 이유에 대해 화려하지 않지만 맑고 깨끗한 분위기에서 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이 지나고 찾아온 가을의 상쾌함에 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을은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청명하고 파란 하늘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계절의 변화가 주는 또 다른 행복감이다. 특히 가을은 하늘이 높고 곡식이 익어가는 풍요를 상징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여기에 전국 곳곳이 축제로 가득하니 가을을 우리가 어찌 반기지 않을 수 있으랴.
지금 대구와 경북도 가을 축제로 한창이다. 지난달 안동에서 열린 국제탈춤페스티벌은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아올 만큼 대성황을 이뤘다. 세계 무대에 나서도 조금도 손색없는 명품축제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대가야의 본고장인 고령에서는 문화유산 야행이란 이색 축제가 열렸고, 구미에서는 푸드페스티벌에 수만명 인파가 몰려 먹거리와 공연을 즐겼다고 한다. 상주의 모자축제도 무난히 성료했다.
이번 주에는 경주신라문화제와 영주 풍기인삼축제, 청도 반시축제가 열린다. 그밖에도 문경사과축제와 경산대추축제 등 각종 지방축제들이 줄줄이 준비돼 있어 이름 그대로 축제 풍년이다.
축제는 본래 신에게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지역민 모두가 즐기는 문화축제로 승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을 알리고 주민의 소통 수단이 되면서 경제적 가치도 높아져 주목을 받는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모두가 축제 속으로 한 번쯤 빠져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