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기회 선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수시로 △부산 △중국 톈진 △수원 등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며 고부가 MLCC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경영진과 미래 산업 전략을 논의한 후 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2020년과 2022년에도 부산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1997년에 설립된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법인은 2000년부터 IT용 MLCC, 인덕터 등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 생산법인은 2012년 MLCC 제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에는 2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하는 등 부산, 중국 톈진 생산법인과 함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중국과 필리핀은 IT·전장용 MLCC의 글로벌 핵심 공급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MLCC 시장이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 9조 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MLCC 분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IT용 MLCC가 1천개 정도 탑재되는 것에 비해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3000~2만개가 탑재되고, 가격도 3배 이상 높아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싱가포르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동행했다. 그는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하며 경제협력 확대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