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臺灣) 출신 저자 당락(唐)의 ‘명예, 부, 권력에 관한 사색’을 읽다가 무릎을 친다. 젊은이는 비판해서도 안 되고, 비판의 대상도 아니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에 관한 진지한 단상 88개를 포함하여 모두 1만4400자에 이르는 상당한 분량의 책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구절이 나의 폐부를 강렬하게 찔러왔기 때문이다.
나이 지긋한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는 시도 때도 없이 요즘 애들은, 하고 입에 게거품 물기 일쑤다. 패기가 없다, 예의범절을 모른다, 이기적이다, 인내심이 부족하다, 등등 하나같이 부정적인 평가 일변도로 젊은이들을 깎아내린다. 그러면서 ‘라떼는’ 하고 철 지나 녹슬고 고색이 창연하여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는 낡아빠진 풍악을 두둥 울려댄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 세대 갈등이다. 갈등의 골과 폭이 깊고 넓어서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 같다. 원인 제공자는 당연히 사회의 주도 세력인 나이 먹은 기성세대다. 오랜 세월 세파(世波)에 단련된 그들 눈에 비친 젊은이들은 미숙하고 한심하며 안타깝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요즘 젊은이들처럼 20대와 30대 시절을 지나오지 않았는가?!
그래선지 당락의 주장은 곧장 내 심장을 관통한다. 그렇구나, 나도 더러 깊은 생각하지 않고 청년들을 나무라고 몰아세웠는데, 이건 정말 잘못한 짓이구나, 하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그런 정황을 경험해야 하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처참한 지경이 아닐 수 없을 터.
비난과 거부가 아니라, 동조와 이해의 시각으로 청춘을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당락의 서책은 2016년에 대만에서 출간됐고, 2020년에 한국어로 번역됐으며, 나는 2024년에 읽기 시작했다. 나와 서책 사이에는 8년의 시차가 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50세가 넘으면 침묵해야 하고, 노인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죽음을 향해 홀로 가야 한다는 문장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대만에서는 8년 전에 기성세대 전반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신과 기성세대의 자조(自嘲)가 이미 시작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그보다 8년 전에 이런 풍조(風潮)가 번져나갔다. 그것을 입증하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개봉된 해가 2008년이다. “요즘엔 노인이 개 목걸이를 하고 알몸으로 거리에 뛰어나가야 사람들이 겨우 쳐다보는 세상이야”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와 같은 노인 경시 풍조는 2016년에 대만에서 일상화되고, 요즘 한국 사회에서 대단히 만연된 형국이다. 정확한 시점(時點)을 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노인 홀대나 노인 경시 풍조는 다반사(茶飯事)가 되고 말았다. 그림자나 허깨비처럼 대접받는 노인들이 차고 넘치는 게 우리 사회의 감출 수 없는 풍속도 아닌가?!
나는 노장과 청춘의 대결과 충돌이 아니라, 양자의 조화와 화합을 말하고 싶다. 청년세대를 따사롭게 감싸는 여유로운 노인이 늘어나고, 노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젊은이가 한층 많아지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사랑과 존중이 넘쳐나는 그런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