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30일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인정하면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할로윈을 맞아 인파가 집중될 것을 예비하는 정보 보고나 언론 보도, 이태원 일대 지리 특성 등을 고려하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상황보고서에 현장 도착시간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국회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 상황실장에겐 금고 2년, 박 모 전 112 상황팀장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반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밀집된 군중을 분산‧해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추상적인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의 구체적 주의의무를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어도 이 사건 사고 발생과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판결 직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서부지법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구청장 등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무죄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번 판결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불인정해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반발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