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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재명의 적대적 공생

등록일 2024-09-29 20:28 게재일 2024-09-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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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김건희 여사는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 단골메뉴다. 27일 전현희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王)’자를 써 무속 논란에 휩싸이자, 배우자가 구약성경을 다 외운다고 거짓말했다”라는 말을 꺼냈다. 이어서 그는 “당선 목적의 허위 사실 유포가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김 여사가 39권 929장, 2만3천145절 방대한 양의 구약성경을 외우는지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는 “이런 거짓말은 죄가 안 되는 것”이라며 “제가 이런 얘기를 했다면 징역 5년쯤 구형받았을 것”이라고 빈정댔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11월 15일 선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재판받고 있는 7개 사건 4개 재판 가운데 가장 먼저 선고가 나온다. 이 대표뿐 아니라 민주당이 전전긍긍이다.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한다.

민주당은 사생결단이다. 이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의 탄핵을 추진했다. 헌법재판소가 기각할 거라는 걸 민주당도 잘 안다. 그렇지만 그동안 검사는 직무가 정지되고, 수사도, 재판도 지연된다. 국회에 검사들을 불러 호통치고, 모욕한다. 검사도 사람이다.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했다. 그것도 모자라 ‘법 왜곡죄’ 입법을 추진한다. “검사 등이 피의자·피고인을 처벌하거나, 처벌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증거 해석·법률 적용 등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내용이다.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를 법 왜곡 혐의로 쫓아내고, 처벌하겠다는 위협이다. 법사위에 관련 증인들을 불러 추궁한다. 법원 역할까지 하겠다는 발상이다.

이 대표를 방탄하는 이런 피나는 노력에서 빠지지 않는 게 ‘김건희 여사’다. 27일 최고위원회의도 그 중 하나다. 여론에 잘 먹히기 때문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은 끝도 없다. 명품백 사건은 가장 비난받는다. 고위공직자가 부인을 통해 뇌물을 받으면 문제가 없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있다. 2020년 수사가 시작될 때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40여 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기록이 나왔다. ‘선수’였던 김 모씨가 쓴 편지에 “김건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종호 전 대표는 해병대 채 상병 사건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여사가 개입해 사건이 꼬였다는 주장이다. 공천 개입 의혹도 있다. 김영선 전 의원과 브로커 역할을 한 명태균 씨의 통화에 김 여사가 나온다. 2022년 경남 창원 의창 보궐선거에 김 전 의원을 공천한 것도 김 여사라고 주장한다. 한동훈 대표와의 문자, 서울의 소리 기자와의 장시간 통화, 최재영 목사와의 문자 등을 생각하면 이런 문자나 통화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터져 나올지 위태위태하다. 명품백처럼 명백히 드러난 사건에도 김 여사는 사과를 거부한다.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괘씸죄까지 얹혔다.

민주당은 김 여사 관련 8가지 의혹을 특검 수사 대상에 올렸다. 당내에 TF·조사단을 꾸린다. 민주노총 등은 28일 전국 주요도시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 대표에게 피선거권 박탈은 사형과도 같다. 최고의 방어막은 김 여사다. 마지막 카드는 ‘탄핵’이다. 어이없는 ‘계엄설’을 계속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덕에 연명하듯, 윤 대통령도 이 대표 덕에 버틴다. 지난 주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하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8%다. 보름 전 20%를 찍은 뒤 10%대로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런데도 버틴다. 이 대표 덕이다. 적대적 공생이다. 발 벗고 뛰어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범죄 혐의로 적대적 공생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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