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나흘간 진행되고 있는 국회 대정부질의가 추석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여야 정쟁의 장이 됐다. 질의 의원 대부분이 최소한의 품격도 없이 막말 퍼레이드를 펼쳐 국회본의장이 마치 난장판 같다. 야당 질의의원들은 모두가 휘발성이 강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一家) 비위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그저께(9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적 없는 김 여사가 대통령 행세를 한다”고 했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권력 서열 1위가 누구냐.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令夫男) 소리가 들려오는데 못 듣고 있느냐”며 한덕수 국무총리를 다그쳤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국민의 분노가 윤석열을 끌어내릴 상황이 됐다. 2년 반이 너무 짧다”며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야당의 공세에 맞서 국민의힘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 비위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켰다. 권성동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자신을 ‘돌에 맞은 개구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억울한 개구리가 아니라 몰염치한 캥거루”라고 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무려 18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고 검사를 겁박하려는 의도”라고 공격했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이 하루 이틀 문제된 것은 아니지만 22대 국회 들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국회본의장이나 상임위 할 것 없이 폭언·허위사실 유포 등이 매일 계속되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모욕 발언을 제외한 막말에 대해선 구체적 징계 조항이 없다. 추 원내대표도 언급했지만,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정쟁 앞에서는 민생 입법이 설 자리가 없다. 국회의원이 최소한의 윤리의식마저 버리고 정쟁을 일삼으면 결국 국가 품격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