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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이런 색깔은 처음”

구경모 기자
등록일 2024-09-09 20:17 게재일 2024-09-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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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소나무 숲이 죽어간다<br/> 남부 해안에 집중됐던 재선충병<br/> 올들어 북부 내륙까지 집어삼켜<br/>‘힌남노’ 인한 수세약화 지속 영향<br/> 피해목 규모 작년 2배 ‘역대 최대’
해안 지역인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일원에 이어 내륙 지역인 북구 기계면에도 소나무 재선충병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7일 오후 소나무 재선충병이 확산한 포항시 북구 기계면 화봉리의 모습.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최근 전국적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세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포항 남부 해안지역에 집중됐던 ‘소나무 집단고사’ 현상이 포항전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재선충 피해가 역대 최악으로 치달은 지난 2015년 보다 올해 피해규모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기자가 방문한 포항시 북구 기계면 화봉리 일대.

인근 야산에 들어선 소나무들은 단풍이 든 것 마냥 붉게 물들어 있는가 하면 잎도 없이 회색으로 말라있는 나무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 재선충으로 말라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소나무들이다.

소나무재선충이 활동을 시작하는 9월에 들어서자 지역 곳곳에서 말라죽은 소나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화진리 주민 A씨(62)는 “40년간 살면서 숲의 색이 이렇게 변한건 처음본다”며 “소나무들이 붉은색으로 변한건 물론이고 아예 잎이 하나도 안 달린채로 죽어있는 나무들도 사방에 널려있다”고 전했다.

기계면과 인접한 죽장면도 상황은 마찬가지.

벌써 수해째 포항시는 소나무 재선충과의 전쟁을 벌이며 방제 작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까지는 포항 호미곶 일대 남부해안 소나무 군락지에 재선충 피해가 집중된 반면, 현재 소나무 재선충병은 포항북부 내륙지역까지 북상해 곳곳에서 집단으로 감염된 고사목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

이처럼 지난해 포항 남부해안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소나무 재선충병이 포항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올해 피해규모 역시 역대 최대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4월이나 돼야 본격적인 재선충 피해현황이 집계되는 탓에 아직까지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포항시와 경북도는 올해 포항에서만 60∼70만 본의 소나무가 재선충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30만본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포항은 지난 수년간 전국에서 재선충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포항, 경주로 이어지는 동해안 지역애만 2만5000ha 면적에 걸쳐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벨트가 퍼져있다.

포항지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지난 2015년 26만6000본이 고사해 가장 심했고, 이후 2018년 16만5000본, 2019년 8만2000본 2020년 6만5000본, 2021년 7만본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재선충병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특히 포항 남부해안의 소나무 군락지는 지난해 궤멸적인 타격을 입어 올해 3월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처럼 포항에 유독 소나무 재선충피해가 집중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함께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를 뽑고 있다.

힌남노로 인해 소나무들이 뿌리가 뽑힌채 썪어가는 등 포항의 소나무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재선충의 매개충이 번식하기에 좋은 조건이 조성됐다는 것.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최근 소나무 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최근 모두베기를 포함해 다양한 방제방법을 추진하며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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