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늪일까 ‘공포 확산’<br/>대구 경북 노후하수관 많아 위험 커 포항은 도시 전역 무른 퇴적암<br/>전문 인력·장비 도입으로 정확한 도로 상황 파악 선제적 대비 시급
대구 동구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땅꺼짐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싱크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3일 대구 동구 방촌동 정씨(39)는 거주하는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땅꺼짐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주 다니는 도로에 싱크홀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주행 중 갑자기 차량의 바퀴가 빠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며 “어디서 어떻게 싱크홀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더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땅꺼짐 사고가 전국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시민들은 ‘안전시대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은 특히 노후된 하수관이 많아 싱크홀 발생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구 남구 대명동 조씨(67)는 “땅 속 어디서 흙이 떠내려가 싱크홀이 생길지 몰라 발을 내딛기가 불안하다”며 “도로 표면이 울퉁불퉁 하기만 해도 땅이 꺼지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게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시도 매년 꾸준히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에는 남구 오천읍 항사리 태풍 피해 복구 현장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복구작업중이던 대형 덤프트럭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싱크홀은 가로 3m, 세로 10m, 깊이 1.5m 크기로 파악됐다.
지난 7월에도 포항시 장기면 대진리 해안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데트라포트 운반 작업 중이던 지게차가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포항은 도시 전역에 무른 퇴적암층이 많이 분포됐다. 구도심은 형산강 하구 삼각주 형태 섬이 매립돼 땅을 조금만 파도 뻘밭이 나올 정도로 지반이 약한 편이다. 여기에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과 여진으로 지반이 심하게 흔들렸다. 포항의 지반이 다른 지역보다 약할 수 밖에 없어서 싱크홀 위험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전문 인력과 장비를 도입해 사전에 싱크홀 발생을 막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북대 문준식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반 함몰은 대부분 노후화된 하수관으로 인해 발생하므로 하수관거 사업으로 교체가 필요하다”며 “지표투과레이더(GPR)로 주요 도로 탐사를 실시해 현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심에서 지하 공사를 할 때 안전 관리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영남대 박영목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사 중 모래가 집중된 곳은 하중이 생기지 않게 되메우기 다짐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법적인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싱크홀이 발생하니 건설 시공에 대한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은희기자·김채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