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한 가짜 영상물인 딥페이크가 우리 사회 전반에 기승을 부리자 대통령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n번방 사건으로 성착취 동영상이 사회문제화 된 지 벌써 5년이 됐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대응이 허술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 가해자 가운데 70%가 10대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소셜 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딥페이크 음란물에 대한 범죄 인식이 희박하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뿐이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여학생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나돌고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발견돼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피해자 가운데는 대학생뿐 아니라 교사, 여군 또는 중고교생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5일에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학교 400군데의 목록이 올라와 전국의 초중고, 대학들이 발칵 뒤집힌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피해를 입은 학교의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에서도 경찰이 딥페이크 관련 사건을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올 7월까지 모두 42건의 관련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물이 피해자에게 주는 정신적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특히 일반범죄와 달리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크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를 “사회적 테러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했다.
정치권과 당국은 관련법을 강력하게 보완하고 학교와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 대한 윤리교육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쉽게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드는 시대다. 빠르고 강력하게 원천봉쇄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