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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내부통제 실패에 임종룡 회장·조병규 행장 연달아 사과

박형남 기자
등록일 2024-08-12 16:53 게재일 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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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불거져 논란<br/>임종룡 회장 긴급 임원회의 열고 “환골탈태 계기 삼겠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연합뉴스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사건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속적으로 내부통제를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겠다며 사과했고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사과를 전했다.

금감원은 11일 우리은행 대출취급 적정성 관련 수사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2020년 4월 3일부터 2024년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또는 친인척 의심 차주에게 총 616억원 규모 대출이 실행됐다.

우리은행으로부터 454억원(23건) 대출을 받은 법인들은 전·현직 대표와 대주주가 모두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 162억원(19건) 법인들도 손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직접 원리금을 대납했다. 금감원은 이들이 사실상 대출자금 사용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이 은행장이나 지주 회장이 되기 전에는 친인척 관련 대출이 4억5000만원(5건) 불과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손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뒤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다 2023년 3월 퇴임했다. 대출이 늘어난 시기는 취임 후인 2020년 4월 이후부터라는 점에서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의 권력에 따른 특혜 대출이라 판단하고 있다. 

특히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 상당 부분은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대출 신청시 차주가 제출한 매매계약서상 매매가격(30억)보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해당 부동산 실거래(20억원)를 적는 등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에 사실확인없이 대출을 실행했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12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임 회장은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우리 모두가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또 임직원들에게 ‘껍질을 깨는 아픔’의 교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금융이 진정한 위기에서 선도금융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과 행태를 깨고 나오는 아픔을 함께 견뎌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아픔을 함께 견디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긴급 임원 회의에 참석한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통해 정도경영을 확고하게 다져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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