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안동 갈전리 천년숲, 느티나무 노거수
천년숲 솔밭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다. 소나무 가지에 어둠이 떨어질 듯하면서 매달려 앞길에 솔향을 뿌리고 있다. 황톳길을 붙들고 있는 어둠은 한 걸음 다가가면 한 걸음 물러서기를 반복하면서 붉은 흙 내음을 토해내고 있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내 발걸음에 어둠은 사라지고 그림자로 변해 이제 함께 걸어가고 있다. 도심 속 울창한 산림 속에 잘 다듬어진 황톳길은 시민의 심신을 풀어주고 건강을 다져준다. 향긋한 솔 향기와 흙 내음이 가슴 속 폐부 깊숙이 들어와 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쌓인 먼지를 훌훌 털어 깨끗이 정화시켜 준다고 생각해 보라, 천금의 보약이 따로 없지 않은가. “아 좋다”는 말이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무심결 튀어나오지 않을까.
맨발 황톳길·야생화동산·숲체험원 등 갖춘 9.16ha 규모 명품 숲 초입
키 21m·가슴둘레 9m15cm의 숲 제일가는 덩치로 수문장 역할 ‘톡톡’
천년지·천년산과 이웃하며 경북도민 위무하는 천년숲의 순역할 기대
한 줄기 동살은 솔숲을 충전하고 나의 소진된 에너지는 솔숲이 충전시켜 준다. 동살은 하루의 시작 프로그램을 켠다. 새벽 산책으로 시작되는 하루는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잡다한 삶을 방해하는 땟물을 말끔히 씻어 낸다.
어제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며 내일을 위한 꿈을 위해 한걸음 발걸음을 뗀다. 새벽의 발걸음은 명쾌하고 단호하다. 솔잎 끝에 매달린 영롱한 이슬방울이 청초하다. 곧 사라지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까. 그런 면에서 인간도 이슬방울과 다를 것이 있을까 싶다. 곧 사라지는 영롱한 이슬방울 속으로 동살 숨어들어 간다. 영롱한 이슬방울 내 눈 속으로 살며시 들어온다. 인생도 이슬방울 같은 것, 끝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안분지족하면 인생은 반짝이는 이슬방울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경상북도청. 교육청 결산 검사’ 위원에 위촉되어 경북도청 신청사에 간 적이 있다. 퇴임 후 첫 방문이라 옛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가슴이 설레었다. 경북도청은 1896년 8월 4일 대구광역시 중구 포정동 중앙공원 자리에 있는 경상도 관찰사 건물에서 시작했다. 건물이 협소하여 1966년 4월 1일 북구 산격동으로 건물을 신축하여 이전했다. 1981년 7월 1일 대구 직할시로 승격됨으로써 경북도청 청사는 본의 아니게 소속 관할이 아닌 대구광역시에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 3월 10일 경북 안동시 도청대로 455로 이전하여 신도시가 탄생했다. 신도시에서 숙박하면서 안동 풍천면 갈전리 천년숲, 천연지, 검무산을 새벽 산책했다.
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천년숲’ 9.16ha 규모의 명품을 조성했다. 지난해 산림청이 뽑은 대한민국 최우수 도시숲에도 선정되었다고 한다. 무궁화동산, 느티나무광장, 잔디광장, 야생화 동산, 유아숲체험원 등 다양한 주제로 만들어져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었다.
맨발로 걷는 0.8㎞의 황톳길에는 돌구슬지압과 황토 오감만족탕 등의 체험시설과 세족장을 갖추고 있었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천년숲의 터줏대감은 숲 초입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느티나무 노거수가 아닐까.
그의 나이는 300살, 키 21m, 가슴둘레 9m 15cm, 앉은 자리 폭이 31m이다. 나이로 보나 키와 몸의 덩치로 보나 숲에서는 제일가는 용감무쌍한 어른이며 수문장이다. 그 늠름하게 생긴 모습에서 우리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숲의 대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가슴이 두근거리며 삶의 현실을 깨닫고 힘이 솟구친다.
천년숲은 칼춤을 추는 검무산과 천년지와 어깨동무하면서 다정히 이웃으로 함께 하고 있다. 검무산 기상과 천년지 아량을 본받아 시민을 품는 천년숲 영원하리라. 흐트러진 운동화 들메끈을 조이고 천년지로 향했다. 수초 사이로 물고기 첨벙거리며 고요한 아침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다. 뒷짐을 지고 저수지 둘레길을 걷는다. 동쪽 하늘의 붉은 햇무리 속에 둥근 해가 얼굴을 내민다. 천년지는 윤슬의 웃음을 지으며 찬란한 아침 햇살을 품는다. 하늘의 태양과 구름도 품는 천년지 아량 영원하리라.
내친김에 검무산에 올랐다. 천년숲을 내리다 보는 큰 바위 얼굴 산이다. 그 모습에서 용감무쌍한 기상이 보인다. 가파른 경사로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쉽게 오르도록 정상까지 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한 계단 한 계단 인내하여 오른 덕분에 정상에서 신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천년지에서는 뽀얀 안개 피어오르고, 천년숲에는 아침 햇살이 반짝인다. 아침의 동살 맞이하고 신비스러운 풍경을 감상하는 검무산을 천년산으로 개명하여 기상을 영원히 간직하리라.
현재는 융합과 협업의 시대이다. 천년숲은 하드웨어인 자연유산이다. 이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이다. 천년숲을 중심으로 한 삼총사 천년산과 천년지를 묶어 또 다른 하나의 명품 천년 삼총사가 탄생했으면 좋겠다. 숲과 산, 저수지는 나무와 물에 관련된 자연 유산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인 문학의 옷을 입힌다면, 우리의 각박한 삶의 여정에 자연의 중요성과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로부터 지혜와 교훈을 얻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게 살찌울 것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 어둠 속을 산책하다 보면 동쪽 하늘이 붉게 불타오른다. 이내 동살 기운이 어둠을 살라 먹고 세상을 훤하게 밝힌다. 새벽 산책 중 만나는 동살 기운은 하루의 에너지를 듬뿍 안겨준다. 몸과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시르죽은 모종이 단비를 맞아 손을 펴고 고개를 드는 것처럼 잠자던 의욕이 기지개를 켠다. 천년숲, 천년지, 천년산으로 이어지는 도민의 발걸음은 영원하리라. 숲은 피로에 지친 우리의 심신을 위무하고, 단련하여 행복한 꽃길만 걸으리라. 천년숲이 중심 코어로 에코톱이 되어 삶을 노래하는 산림문학숲이 되리라.
필자의 시 ‘천년숲 삼총사’
솔숲 속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어둠은 사라지고 아침 햇살이 스며든다.
이슬방울 속 빛나는 아침의 약속
천년숲 느티나무, 그 고귀한 존재
검무산에 펼쳐진 신비로운 풍경
천년지에 펼쳐진 반짝이는 윤슬
천년숲 천년산 천년지 자연의 삼총사
천년의 세월 우리를 품어준다.
천년 숲, 산, 지(池), 자연 문화유산
삶의 여정을 살찌우는 산림문학의 영원한 주제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