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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김영삼, 이회창… 그리고 한동훈

등록일 2024-07-28 20:10 게재일 2024-07-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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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초청해 삼겹살 파티를 했다. 대표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들도 함께 불렀다.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화합하라고 삼겹살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러브샷도 했다. 이제 모든 것이 다 잘 풀려나갈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분당(分黨)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정싸움이 심각했다. 윤 대통령이 원희룡 후보를 내세워 한 후보를 저격했다. 영부인과 한 대표 사이에 오간 문자까지 공개됐다. 24일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당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까, 그것만 생각하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전당대회 바로 다음 날 친윤계 최고위원들은 한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은 각각 방송에서 채 상병 특검법은 “당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표의 권한을 축소해 허수아비로 만드는 발언이다. 민주당이 기존의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한 대표가 반드시 막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팬덤을 형성한 첫 번째 보수 정치인이라고 한다. 전당대회에서 당심과 민심이 모두 63%의 지지를 보냈다. ‘윤심’에 들지 않은 대표와 대표 후보들을 쳐낸 것과 같은 방법으로는 누를 수 없었다. 하지만 원외인 한 대표는 한계가 있다. 윤 대통령과 등지면 국회와 따로 움직여야 한다. 치명적 상처를 각오해야 한다. 한 대표만 그런 게 아니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퇴임 후가 걱정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모두 버릴 순 없다.

윤 대통령은 저조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을 표로 모아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비서실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신영복 씨 글을 내려 보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줄임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春風)처럼 너그럽게 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는 가을 서리(秋霜)처럼 엄하게 하라’는 채근담의 경구다. 그러나 거꾸로 행동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유행어가 됐다. 불공정의 상징이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뜻하지 않게 횡재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최순실의 자식 사랑에 분노한 민심이 조국 사태에 분개했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가. 지지율이 바닥이다. 영부인 문제에 너무 ‘춘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내로남불’을 부숴달라는 기대에 못미친다. ‘격노’라는 말이 너무 자주 들린다. 말을 듣기보다 하기를 좋아한다. 선거 국면 언행이 여론을 역류했다. 의대 증원 문제에서 무능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차기 후보라면 윤 대통령의 지지 세력을 넘겨받기보다, 거부감을 덜어내는 게 관건이다. 검사가 법 적용을 자의적으로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타격이다. 윤 정부가 실패하면 정권 재창출이 아예 어렵다. 더구나 임기가 반도 지나지 않았다.

2인자는 여러 유형이 있다. 김종필(JP)·이회창은 실패했다. 노태우·김영삼(YS)은 성공했다. 차별화가 성패를 가르지는 않았다. JP는 ‘증언록’에 노태우 보안사령관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썼다. “첫째, 절대로 1인자를 넘겨다보지 마라.… 둘째, 있는 성의를 다해서 일관되게 1인자를 보좌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해라.” 그러나 그는 실패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JP의 조언대로 2인자의 자세를 지켜 대권을 잡았다.

이회창 후보는 YS와 차별화했다. 극적으로 총리를 사퇴했다.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다. 지지자들이 YS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일까지 벌어졌다. 떼놓은 당상이라던 판세에서 연거푸 실패했다. YS는 노태우 대통령을 몰아세우며 차별화해 성공한 경우다. 차별화하더라도 상처가 크면 안 된다. 도움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민심이고, 타이밍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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