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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잘 부르는 방법

등록일 2024-07-22 18:23 게재일 2024-07-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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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잘 하려면 노래를 잘한다는 게 뭔지 고민을 해야 한다. /ideogram

첫 앨범을 낸지도 어느덧 14년. 긴 시간 동안 가수로 활동한 것치고 나는 노래를 그다지 잘 부르지는 못한다. 많은 가수들처럼 노래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피나는 연습을 하고 데뷔를 한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모른 채 데뷔하여 지금까지도 부족한 실력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음악을 해온 세월이 있으니 당장 실력은 부족하더라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보통 대충 얼버무리거나 “담배 끊으면 돼.” 정도로 성의 없게 대답을 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적절한 대답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부족하게나마 첫 앨범을 녹음할 때보다는 나은 가창력을 가지게 된 것에는 나름의 비결이 있다. 대단히 획기적인 꿀팁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나의 비결은 고민과 반성이다.

노래를 잘 하기 위해서는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봐야 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고음을 가진 가수, 현란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가수, 개성 넘치는 발성을 구사하는 가수 등등. 모두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만이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비유하자면 그런 것들은 피겨스케이팅의 트리플악셀이나 야구의 불같은 강속구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것을 구사하지 않고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이들을 본 적 있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기본에 충실한 선수들인지도 알고 있다. 가수의 기본은 창작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다. 작곡가의 의도대로 정확한 음정과 박자를 구사하고, 작사가의 의도대로 감정을 표현하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야말로 좋은 가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 나름 음악을 많이 듣고 분석하며 내린, 노래를 잘한다는 것에 대한 결론이다.

또한 내가 어떻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 없이는 절대로 실력이 늘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서 들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연 나는 고민을 통해서 알게 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에 대한 정의에 부합하는 노래를 불렀는가. 음정과 박자는 정확한가와 감정 표현은 어떠하였는가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 스스로 평가가 힘들다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고 그것을 참고해 반성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이미 세 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그밖에 싱글들과 EP를 합치면 50곡이 넘는 곡을 녹음한 셈이다. 녹음을 할 때마다 나는 내가 부른 노래를 마주해야 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서 다시 부르는 일을 몇 시간씩이고 반복해야 한다. 그야말로 형편없었던 실력을 지금만큼이라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과 반성의 과정 없이 많은 친구들이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서 코인노래방을 찾는다. 자신이 잘 부르고 싶은 노래를 몇 번이고 고래고래 불러보지만 실력은 늘지 않는 까닭은 앞서 말한 것들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민과 반성 없는 연습은 아까운 성대만 혹사시키는 일이 된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고민과 반성의 필요성은 꼭 노래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도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나의 글이 어떠한가를 살피고 반성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종이와 전기세만 낭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도 좋은 대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내가 했던 말들을 복기하며 반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것 전반에도 적용시켜볼 수 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고민하고, 지금 내 삶은 어떠한 것을 지향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살아간다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실없는 사람이 될 수 있고, 풍요로운 삶이 아니라 허무한 삶을 살게 될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삶은 점점 바빠진다. 적극적이고 민첩한 행동이 미덕으로 여겨지다 보니 고민과 반성은 생략해도 좋은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빠뜨려서는 안 될 과정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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