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밀양 여행

등록일 2024-07-14 17:50 게재일 2024-07-15 19면
스크랩버튼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여행을 기획하면서 당신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풍경, 고적, 역사, 먹을거리, 휴식, 문화와 예술. 이런 목록에서 눈길 가는 대상이 몇 가지는 있을 터! 지난주 초에 1박 2일 일정으로 밀양을 다녀왔다. 햇볕이 빽빽하게 내리쬐는 태양의 고장 밀양(密陽)은 흐리고 간간이 비를 뿌렸다. 장마철의 밀양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광주와 대구, 청도에서 모인 8인의 중년 남녀가 함께하는 밀양 여행에서 내가 주안점을 둔 것은 문화와 역사였다. 1년에 두 번 정도 모여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지나온 날들과 다가올 시간을 터놓는 것이 우리 ‘인문 여행’ 참가자들의 작은 목표기 때문이다. 나를 뺀 다른 사람들은 책상물림으로 밀양에 익숙하지 못한 까닭에 나 홀로 미리 답사도 했더랬다.

표충사에서 시작하여 케이블카를 타보고, 호박소 일대를 거닌 연후에 각종 전(煎)과 밀가루 음식으로 저녁을 할 심사였다. 이튿날에는 울주의 가지산 석남사와 위양지를 돌아보고 고깃집에서 점심을 들고 해어질 요량으로 일정을 세웠다. 그러나 세상일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법이 얼마나 있던가?! 뜻하지 않게 저녁 자리가 바뀌면서 일정이 흐트러진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에 기대어 중지(衆智)를 모아 일정 변경에 착수한다. 그 와중에 나는 밀양의 대표 인물 세 분을 꼽는다. 1270만 관객을 불러 모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2015)에 나오는 대사의 주인공,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 백범 김구와 잠시 조우(遭遇)하는 의열단장 김원봉은 1946년 여름에 표충사에서 안온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임진왜란 당시 승군(僧軍)을 지휘했던 사명대사(1544∼1610)도 밀양의 인물이다. ‘선가귀감’의 저자 서산대사 휴정의 뛰어난 제자였던 사명은 전란 중에 숱한 전공을 세운다. 그는 선조의 명으로 1604년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나 강화를 맺고 조선인 포로 3,500여 명과 함께 귀국한다. 표충사에는 사명대사를 기리는 사당(祠堂)이 자리한다.

두 분과 함께 내가 꼽은 인물은 불후의 작곡가 박시춘(1913∼1996)이다. 밀양초교 중퇴로 가방끈이 짧은 그는 1938년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으로 1000여 곡을 작곡한 그를 기리는 아담한 공간이 ‘영남루’ 옆에 위치한다.

범종루의 범종(梵鐘)과 법고(法鼓), 목어(木魚)와 운판(雲版)에 담긴 이야기와 탑에 관한 기초적인 상식을 일러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뭇 중생과 축생, 어류와 조류를 위해 스님들이 아침저녁으로 두드리는 네 가지 기물은 얼마나 아름답고 뜻깊은가! 상륜부, 탑신부, 기단부로 이뤄진 탑의 구조로 우리는 어렵지 않게 탑의 층수도 알 수 있다.

차로 이동하다가 만난 한여름의 강렬한 빗줄기를 보면서 살아있음의 축복을 새삼 실감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시련과 고난 속에서 우리의 가치 있는 생은 익어가는 법 아닌가?! 가을에 광주에서 재회할 것을 다짐하는 따사로운 눈길이 교차하며 인문 여행은 마무리됐다.

破顔齋(파안재)에서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