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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삶 정리 돕는 곳 ‘호스피스 웰다잉’

박귀상 시민기자
등록일 2024-06-06 19:10 게재일 2024-06-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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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성모병원 자원봉사자 모집
포항성모병원이 최근 포항 철길숲에서 개최한 ‘호스피스통증완화와 마약성진통제 바로알고 사용하기 캠페인’ 기념촬영 모습.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모진 세월을 경험한 어른들은 지금 세월이 태평성대라 입을 모은다. 요순시대도 부럽지 않은 이 좋은 세상을 두고 가려니 눈을 감을 수 없다지만 죽음은 그 누구에게도 거부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끼니 걱정이 해결되고 문화생활이 활발해지면서 삶의 질도 달라졌다. 그 모진 세월을 버텨 온 어른들이 이제 웰다잉을 꿈꾼다.

구순 가까운 지인 어머니가 오랜 시간 혼자 통증을 버티시다 딸에게 병원에 데려가 주길 원하셨다. 결과는 간암 말기였고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연로하신 탓에 수술도 치료도 힘든 암은 어머니의 남은 생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 소견에 딸이 그간 많이 아팠을 텐데 왜 말하지 않았냐 하니 “아프다고 하면 요양병원 보낼 거 아니냐. 코에 호스 꽂고 살기 싫다. 그냥 집에서 죽으련다.” 하신다. 그 통증을 어찌 감당하시려고…. 딸은 고심 끝에 요양병원이 아닌 호스피스병동을 찾아가 상담했다.


웰다잉(well dying)이란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정리하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행위를 말한다. 말기 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여야 만 갈 수 있는 호스피스병동은 삶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치유와 위로를 제공한다. 전문적인 팀이 포괄적인 의료, 정서적, 영적 지원을 제공하는 시설을 갖추고 환우(患友)의 증상관리, 통증완화, 생활의 질 향상으로 고통 없이 존엄을 지키며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지역에는 포항성모병원과 포항의료원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있다.


포항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 봉사자로 있는 임정자님은 봉사 당번인 월요일은 왠지 모를 뭉클함으로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으로 호스피스 교육을 받다가 봉사를 하게 되었다. 봉사를 하기 전에는 호스피스병동은 그저 말기 암 환자가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고만 인지했지만 통증완화 프로그램으로 마지막 시간까지 삶의 질을 높이며, 살면서 맺힌 응어리와 불편했던 가족관계 등등을 풀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란 걸 알았다.


환우들은 그녀의 정성스런 발마사지에도 통증이 잦아드는 듯 편안히 잠이 들고, 가톨릭 신자인 그녀가 성가를 조용히 불러주면 믿음에 구애됨 없이 힘없는 팔로 엄지 척을 하며 한 번 더 불러달라고 검지를 펼칠 때 뭉클함이 인다고 했다. 연명치료를 권하는 부모님을 설득해 스스로 호스피스병동을 찾았던 환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말 고마웠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먼저 하늘나라 가서 정말 멋있는 찻집과 맛집을 알아놓고 기다릴게요. 뒤에 오시면 마중 나올 테니 거기서 만나요.”라고 말한 다음날 평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은 그 환우를 보며 어떤 봉사보다도 충만한 행복을 주는 호스피스병동 봉사는 이미 그녀에게 중독을 안겼다.


6월 20~21일에 포항성모병원 호스피스 신규 자원봉사자 모집 및 교육이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심이 있거나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교육비는 교재포함 3만원이다.


엄마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차마 전할 수 없다며 지인은 울먹인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며 연명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더 힘들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면 웰다잉의 첫 단추인 죽음에 대한 인지부터 수녀님이 함께 도와주신다하니 호스피스병동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정리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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