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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 발상지 해 뜨는 동방의 나라 오리엔트

등록일 2024-06-03 19:00 게재일 2024-06-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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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지구라트. 메소포타미아 엘람 주신에 바쳐진 성탑. 지구라트란, 높은 곳을 의미한다. /Wikimedia Commons 제공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동경으로 실크로드를 열었던 서아시아다. 서구 유럽의 시각으론 역사의 카메오라며 인정하는 것에 인색하지만 인류문명 교류에 위대한 공헌은 변치 않은 사실이다.

서아시아는 기원전 8000년경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이름도 생소하기 짝이 없는 ‘차탈휘유크’와 ‘예리코로’라는 인류 최초의 도시가 형성된 곳이 서아시아와 나일강 유역의 오리엔트 지역이다. 물론 처음에는 주민이라고 해봐야 5000에서 1만 명 정도였겠지만 가축의 사육이라는 선진 삶의 방식으로 윤택한 터전을 닦았던 곳이며, 농법과 가축사육, 생산물의 이동 등을 유럽에 전해준다.

기원전 4000년경부터 인류 최초의 문명이 발생한 곳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의 두 강 사이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이었다. 3500년 전, 농경과 관련해 관개농업이 발달했던 이 지역에서 농업생산량이 늘어나고 농촌은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청동기가 제작되고 점성술과 더불어 문자와 태음력이 발명된다.

이집트 역시 나일강 유역의 범람을 대비한 대규모 치수 사업을 통해 도시국가가 형성된다. 이로써 고대문명의 태동, 즉 메소포타미아 수메르를 중심으로 히타이트, 아시리아, 헤브라이, 바빌로니아, 페니키아 등 수많은 오리엔트 고대국가가 태어났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인류문명 창달에 앞장섰다. 이 중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훗날 5000년 역사의 굳건한 모태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문명이란, 자생적이든 모방에 의한 것이든 일단 탄생과 동시에 이동과 전파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동 과정이 곧 문명의 교류다. 문화교류를 통해 서양문명의 뿌리라 일컫는 그리스·로마 문명이 꽃피는 토양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서양 기독교 중심사상이 절대적 보편가치로 인식되고, 유럽인의 인식 세계에 들어앉은 이교도에 대한 배타적 권리는 오리엔트문명의 영향을 축소하거나 부정하고 있다. 르네상스나 산업혁명으로 인한 살상 무기의 발전으로 절대강자의 자만이 넘쳐 인류침탈에 이바지한 제국주의만 없었어도 자랑할 만한 요소는 그리 많지 않다.

오리엔트란 용어 역시 서구의 시각이다. 오리엔트란 지중해 동쪽 여러 나라, 아시아를 가리키는 경우다. 어원은 라틴어의 오리엔스(Orient)에서 나왔다. ‘해가 뜨는 곳’ 동방(東方)을 뜻하며, 특히 로마인들은 자신들을 세상의 중심으로 한 지중해 동쪽을 통틀어 오리엔트라고 불렀다. 라틴의 속담 ‘빛은 동방으로부터’에서 동방이란, 당시 그리스를 가리킨다. 이때 빛이란 선진문화를 일컫는다.

‘페르시아’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란 남서부 해안가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인 파르스(Fars)라고 부른데서 비롯되었다. 이란의 고대국가 엘란 왕국에 이어 기원전 815년경 이란의 북서부 아제르바이잔 지역에 거주하던 민족이 남쪽으로 내려와 파르수마슈에 정착해 세웠던 아케메네스 왕조의 발상지다.

막강 페르시아가 등장하면서 기원전 6세기 나일강 유역에서 3000년이라는 기간 동안 자연재해 한번 없이 풍요를 누리던 이집트를 평정하고, 갈등을 일으키던 오리엔트를 하나로 묶는다.

페르시아는 지중해로 진출해 소아시아 그리스 식민지를 야금야금 삼켰다. 이는 필연적으로 그리스와의 한 판 세기의 대결을 불렀다. 결국 다리우스 3세를 마지막으로 알렉산드로스에 의해 기원전 331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제국이지만, 당시 화려했던 그들의 문화는 상상 속에서 여전히 찬란하다. 6세기에 폐허가 된 페르시아 고대도시 페르세폴리스를 방문했던 여행자들은 적지 않은 기록을 남겨놓았다. 그 기록 중 하나이다.

“황량한 들판에 초라한 기단과 무너진 원형 석주만이 남아 있을 뿐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문명이란, 탄생과 동시에 이동과 전파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이 곧 교류다. 이를 통해 서양문명의 뿌리라 일컫는 그리스·로마 문명이 꽃피는 토양을 마련한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문명이란, 탄생과 동시에 이동과 전파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이 곧 교류다. 이를 통해 서양문명의 뿌리라 일컫는 그리스·로마 문명이 꽃피는 토양을 마련한다.

훗날 1931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그 비밀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이 생존한 이상 인류는 진화를 거듭할 것이고, 문화는 느리게 빠르게, 혹은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신라인 혜초, 이븐바투타, 마르코폴로는 기록의 사나이였던 까닭에 역사 인물로 기억되지만,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름을 남기지 않은 무수히 많은 사람이 오갔을 것이고, 그 길에 족적을 남겼다.

초기 페르시아제국에는 수백만의 이민족이 살았고, 거대한 주를 통치하는 지방 총독들 역시 왕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제국에 대항하는 자는 피의 응징을 당해야 했지만, 기원전 538년 바빌론을 점령하면서 그곳에 잡혀 있던 유대인들을 해방했으며, 그들의 신앙과 종교의례도 허락했다. 훗날, 이 일로 인해 제국에 다양한 종교가 섞이면서 복잡한 문화적 양상을 띠게 되지만 말이다.

역사란 제국이 힘을 다하면 새로운 제국이 태어나면서 이어진다. 고대 제국은 토지와 노동력 확대 및 군사력의 기본적 확장에 목적을 두고 정벌이란 이름으로 정복 전쟁을 일으키곤 하였다.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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