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고향인 포항시 흥해읍 덕실마을을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유년시절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추억이 그리워 찾았다고 한다. 그의 고향집은 초가집 두 채가 있는 전형적인 옛날 시골가옥이다. MB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지만, 대통령 재임 중에도 ‘낙서를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포항을 쓸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정은 늘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대통령 퇴임직후인 2013년 겨울 덕실마을을 찾은 후 11년 만의 고향 나들이다.
MB의 고향방문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김정재 국회의원, 이상휘·이달희 국회의원 당선인 등도 함께했다. 고향주민들은 덕실마을에 있는 경주이씨 재실(이상재) 기념식수와 풍물놀이 행사를 주최하면서 MB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MB도 주민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안부를 물으면서 향수를 달랬다. 고향방문 이틀째인 17일에는 자신이 어린시절 다녔던 교회를 둘러보고, 지역 경제인들과 점심을 같이했다. 그 후 친구인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의 박사학위(포스텍 명예공학박사) 수여식에 참석한 후 KTX를 타고 서울로 갔다.
언론이 MB의 고향방문에 관심을 쏟은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와 비교가 되는 탓도 있다. 그가 사면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비춘 것은 지난 4·10 총선일 서울의 한 투표장을 찾은 이후 한 달이 넘었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긴 채 한 명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하게 지내는 것이다. 그는 이번 고향방문에서도 대통령 재임시절의 업적이나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이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원전 수출, G20정상회의 개최, 영일만항 개항, KTX포항 노선 개통, 블루밸리국가산단 조성 등을 예로들며 고마움을 표시한 정도다. MB 재임시절인 2009년 9월 첫삽을 뜬 블루밸리국가산단(포항시 남구 구룡포읍·동해면·장기면일대)의 경우, 철강산업에 의존했던 포항을 신산업의 국제무대로 이끈 결정적인 계기가 된 곳이다. 포항은 현재 이곳을 이차전지·수소산업 중심의 미래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산업의 대명사인 에코프로그룹은 이곳에 2028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MB와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현대 정주영 회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 회장은 당시 “(이명박은) 평사원 일을 시켰는데 과장 일을 했고, 과장 일을 시켰는데 부장 일을 했다. 부장을 시켰는데 사장 일을 해 내더라”고 했다. 팔순이 넘긴 했지만,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었던 MB가 국민과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다. 예를들어 이번 고향방문에서 “의과대학과 종합병원이 들어서야 포항이 발전한다”고 한 말은 포항시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전직 국가원수가 정치적인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많지만, 이번 MB의 포항방문처럼 여생을 고향사랑과 국민통합을 위해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