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월 15일은 부처님 오신 날과 스승의 날이 겹쳤다.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 탄신일이며, 제자들로부터 작은 꽃다발이나 손편지 등을 받으며 활짝 웃어야 하는 날인데, 위대한 스승이신 싯달타 부처님 탄신일에 같이 쉬게 되어 축하 받지 못해 섭섭하였을 터이다. 그런데 ‘휴일과 겹쳐 오히려 좋다. 학교에 있었으면 불편했을 텐데’라는 반응도 있다. 축하받을 날에 교단에 서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말은 요즘 부쩍 교권 추락이니 교권 침해라는 일들이 학생 인권 보호라는 주장과 서로 엉켜서 가르치는 일이 ‘보람과 희망’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 탓이겠다. 작년 서이초등 교사 사망 사건 이후에도 학부모의 교권 침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있고 20~30대 젊은 MZ세대 교사들에게 ‘교단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가르치는 사람을 스승, 선생 또는 교사라고 부른다. 스승은 ‘제자를 가르쳐 이끌어 주는 학문 또는 기예가 높은 사람’으로 가장 높임말이며, 사부(師傅), 존사(尊師)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선생은 옛날에는 학예에 뛰어난 명인들의 존칭이었다. 그런데 ‘먼저 태어나다’는 말이니 먼저 태어나면 많이 배워 나이 적은 사람을 가르쳤다는 의미일까? 중국어도 라오시(老師), 늙은 스승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성 또는 직함의 뒤에 붙여 존대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으니 옛날 임금도 두려워했던 선생의 의미는 퇴색한 듯하고 힘이 드는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교사(敎師)는 각급 교육기관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를 칭하는 말이지만 요즘 일반적 의미로는 ‘평교사’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이렇듯 가르침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교원(敎員)이란 명칭이 노동이라는 말과 합치면 명예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선생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직업’이고 스승 또한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삶의 지혜도 알려주는 존경받는 인물이니만큼 국가의 동량을 기르는 중차대한 업무에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선생이 바로 서면 교육도 바로 서고,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도 바로 서고 굳건해진다. 사범대학의 사범(師範)은 참된 스승이 되어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이라는 것이고, 교육대학은 교육(敎育) 즉, 효를 가르치기 위해 매를 들었다가도 가슴에 품어주는 사랑을 배우라는 곳이다.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 밀어준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처럼 가르침의 어려움만 기억하지 말고 인생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교단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서울교육청의 ‘보직 교사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싫다’가 약 80%이며 과중한 업무와 책임, 낮은 처우(보직, 수당)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니만큼, 교직 만족도가 낮은 청년 교사의 지원책도 강구되어야 하고, 교육자로서의 권리와 권위를 세워주고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 사(士·師·事)자가 붙은 직업 중에 의사(醫師)는 스승의 뜻이 있다. 의대 정원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여 스승의 옳은 직무를 다하길 바란다.
스승의 날에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당선 감사 인사 현수막은 여러 군데 걸려있지만 스승에 대한 감사 현수막은 거의 보이지 않아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