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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베이 준코, 에베레스트에 오르다

등록일 2024-05-15 18:15 게재일 2024-05-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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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이건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또는 “난 여자라서 이런 건 못해”라는 말이 우스워진 시대가 됐다. 남성 혹은, 여성만의 고유한 영역이란 이제 한국사회에 거의 없다. 금녀의 벽은 이미 무너졌다.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수석 입학자와 1등 졸업자 중에도 여성이 있고, 육중한 공격용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여성 장교도 생겨났다. 더불어 섬세한 감각과 미적 완성도를 요구하는 고급 요리 시장에서 주목받는 남성 요리사도 흔전만전인 세상이다.

하지만, 49년 전엔 그렇지 않았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가파른 절벽에 매달리는 일, 여성이 목숨을 걸고 지구 위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오른다는 건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바로 49년 전 오늘인 1975년 5월 16일. 일본의 36세 주부 다베이 준코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산에 올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조그만 체구와 약한 체력이 콤플렉스였던 여자. 그러나, ‘어떤 산이라도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디면 못 오를 정상이란 없다’는 다베이 준코의 신념은 “여자의 힘으론 난공불락”이라던 8848m의 세계 최고봉보다 높았다.

그녀의 도전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1981년엔 몽블랑과 킬리만자로, 이후엔 알래스카의 매킨리와 남극 빈슨 매시프에도 오른 다베이 준코는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완등(完登)한 최초의 여성’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힘겨움과 고통을 이기고 끝끝내 목적한 바를 이루는 열정과 에너지를 남자만 가졌을 리가 없고, 여자만이 독점할 까닭도 없다.

다베이 준코를 떠올리며 ‘양성평등의 길’을 함께 걸어갈 젊은이들의 미래에 박수를 보내고픈 날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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