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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당은 어떻게 정권 재창출할까

등록일 2024-04-28 20:12 게재일 2024-04-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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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국민의힘 홈페이지를 열면 “국민의 회초리 겸허히 받겠습니다”라는 큰 글자가 뜬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들겠다는 뜻이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무엇일까. 국민은 무엇을 나무라며 회초리를 든 것일까.

선거는 유권자가 갖고 있는 개인 성향과 각 정당의 활동, 시대 상황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더구나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집중돼 있고, 아주 적은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소선거구제라 조금만 민심이 흔들려도 결과는 천양지차가 된다. 그러니 표를 찍었건 아니건, 국민 전체가 회초리를 들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에 회초리를 들었나. 선거운동을 시작할 무렵 국민의힘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비명횡사’ 공천으로 민주당이 혼란스러웠다. 이낙연 전 대표와 비주류 의원들이 나가고, 박용진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파문으로 절정에 달했다. 연합공천과정에 진보당, 시민단체가 공천한 인물들이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이 공천 파문을 수습할 무렵 국민의힘에서 계속 사고가 터졌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동영상이 폭로됐다.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하자는 의견을 야당 프레임에 말렸다고 생각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로까지 번졌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한 달만 기다리면 될 것을 굳이 선거기간에 출국금지까지 풀고 내보냈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기자들 앞에서 “MBC 잘들어”라며 1988년 정보사 군인들의 언론인 회칼 테러를 들먹였다. 누가 봐도 협박이다. 그런데 뭉개다 뒤늦게 경질했다. 이 과정에도 윤-한 갈등이 있었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자, 대통령 담화를 준비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말한 내용은 비서실이 준비한 것과 달랐다. 강경했다. 여론이 들끓었다. 정책실장이 급하게 TV에 출연해 “그게 아니고요”라며 ‘번역기’를 돌렸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담화가 됐다.

윤 대통령이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갔다. 대파를 들고, 가격표를 보며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선거의 상징이 됐다. 권장 소비자가격은 4250원. 정부 지원금 두 가지와 자체 지원금까지 붙어 할인됐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지친 국민이 분개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야당의 프레임에 말려든 결과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이 잘못했다’라고 인정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바람에 여론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차기를 노린 이미지 전략이라고 비난한다. 눈만 감으면 이미 벌어진 일이 사라질까. 그나마 선거 막판 민주당의 양문석·김준혁 후보의 몰염치한 전력이 드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선은 지켜냈다.

홍준표 대구 시장 인식도 비슷하다.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 뒤 한 전 위원장을 저격했다. 그는 “우리에게 (총선 참패의)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며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4시간 술자리에 한 전 위원장이 안주였다는 말이 나온다. 개 목걸이 소문도 나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냉랭한 관계가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많은 사람을 버렸다. 대통령 선거 직후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냈고, 대표 경선 과정에는 초선의원들의 연판장까지 돌려 나경원 의원을 궁지에 몰았다. 안철수 의원에게 ‘이념 정체성이 없다’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라고 비난했다. 김기현 전 대표도 ‘격노’해 강제로 끌어내리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세웠다. 양파처럼 계속 갈라내 무엇을 남기려는 걸까.

윤 대통령은 무엇을 지키려 할까. 보수 이념에 충성하는 걸까. 검사로서 그는 이념을 가리지 않는 전문 칼잡이였다. 그는 여주 지청장 시절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기용설은 중도 확장을 노린 걸까. 아니면 이념과 상관없는 지인 챙기기일까. 보수정권 재창출을 고민하는 걸까. 총선 참패로 식물 정권이 됐다. 보수 유권자들마저 편을 갈라 책임론 공방을 벌이는 동안 집권당은 회복될 수 없게 무너져 간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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