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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 정재희, 추가시간의 사나이

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
등록일 2024-04-17 16:35 게재일 2024-04-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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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3월 17일 골세레머니 사진입니다.(27번 정재희 선수)
사진설명= 3월 17일 골세레머니 사진입니다.(27번 정재희 선수)

'추가시간의 사나이'. 포항스틸러스의 정재희를 두고 축구팬들이 붙인 닉네임이다.

그는 2024 시즌 K리그에서  지금까지 5경기에 출전, 한 경기당 1골씩 총 4골을 넣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4골 모두 추가 시간대인 '93분, 92분, 92분, 93분'에 터졌다.

광주, 제주, 대전, 서울은 차례대로 정재희의 막판 한방에 고개를 숙여야했다. 더욱이 3골은 비기거나 지고 있다가 승리한 극장골이었다. 

올 시즌에서 정재희를 기용하는 박태하 감독의 용인술도 기묘하다. 박 감독은 올 들어 정재희를 5경기에 출전시켰으나 단 한 번도 선발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모두 후반 교체로 투입시켰다. 그런데 정재희는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매번 추가시간에 골을 넣었고, 그 골은 승점이 됐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던 팬들도 이제는 ‘마법 같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들 입을 모은다. 당연, 정재희가 후반전에 교체돼 들어가면 환호가 쏟아지고, 팀 동료들도 승리를 기대하는 패턴의 반복이다.

경기가 끝나면 그는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재호 등의 선수들에게 소고기 외식을 선물하며 감사함을 전한다. 이것 또한 되풀이되는 패턴이다. 

지금이야 매 경기 수훈선수로 꼽히지만 그도 지난해에 많은 아픔을 겪었다. 2022년 전남에서 포항으로 옮겨온 정재희는 이적 첫 해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팀의 주전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인 2023시즌 그에게 불운이 찾아왔다. 4월 8일 광주와의 경기 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 시즌 초반, 어쩔 수 없이 팀 전력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게 된 그는 재활에 힘쓰며 여름 복귀를 준비 했다.

그러나 재활 훈련 중 재차 부상을 입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치료와 재활에 전념한 결과, 10월 10일 인천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며 복귀를 알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어진 10월 24일 ACL 우라와레즈와의 원정 경기 중 전반 30분 만에 부상이 또 재발, 결국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그는 겨울 동계훈련 내내 팀의 트레이너들과 심기일전하며 다시는 부상에 대한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신중하게 새 시즌을 준비했다.

2024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정재희는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어서 훈련에만 매진하며 때를 기다렸다. 드디어 3월 17일 광주와의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투입되는 기회가 왔다. 이날 그는 기다렸다는 듯 종횡무진 했고, 후반 추가시간에 복귀 골이자 팀의 승리에 기여한 극장결승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어진 세 경기에서도 매번 한 골씩, 그것도 추가시간에 골을 넣었다. 그러다보니 그는 어느 순간, 승리의 아이콘이 됐고 이번 시즌 포항 돌풍의 핵심 선수로 떠올랐다.

아직은 100프로의 몸 상태가 아니라는 그는 지난 시즌 부상의 아픔을 되새기지 않기 위해 매 경기 철저한 관리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시간에 네 골을 넣은 건 운도 좀 따랐지만 무엇보다 팀 동료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재희의 활약으로 올 시즌 5승 1무 1패의 성적을 올린 포항은 현재 K리그 1위에 올라 있다. 그의 마법 같은 패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또 그가 올 시즌 어떻게 팀에 기여할지 등 포항 팬들의 궁금증도 점차 커지고 있다.

/ 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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