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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창작동요 ‘기러기’ 작사윤복진 선생 ‘기증 유물’ 특별전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4-01-31 19:13 게재일 2024-02-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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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0일까지 대구근대역사관<br/>대구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활동 <br/>1930~1950년대 작품·습작노트<br/>음반 등 60여 점 유족 기증 받아<br/>1934년 작곡집 ‘돌아오는 배’ 공개

‘월북 작가’로만 알려진 윤복진(1907~1991·사진)은 한국아동문학사에서는 낯선 이름이다. 그는 개인 동요선집 ‘꽃 초롱 별 초롱’(19 49)을 발간한 후 1950년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그는 북한의 대표적인 아동문학작가로 자리잡았지만 남한에서는 ‘잊힌 아동문학작가’가 됐다.

대구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윤복진은 일제강점기 소파 방정환이 창간한 잡지 ‘어린이’를 통해 등단하고, 어린이 인권과 민족정신 함양을 위해 윤석중·서덕출 등 아동문학가나 박태준·홍난파 등 작곡가와 함께 활동하며 신문·강연을 통해 동시와 동요를 보급해 모르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인기였다. 다만 그가 조선문학가동맹 소속 문학인들과 월북하면서 자취와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로 시작하는 동요‘기러기’(1927년)는 한국 최초의 창작 동요로 알려진 윤복진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30일부터 3월 31일까지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열리는 ‘동요의 귀환, 윤복진 기증 유물 특별전’에서 최초 공개되는 윤복진의 ‘돌아오는 배’ 표지./대구시 제공
30일부터 3월 31일까지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열리는 ‘동요의 귀환, 윤복진 기증 유물 특별전’에서 최초 공개되는 윤복진의 ‘돌아오는 배’ 표지./대구시 제공

아동문학가이자 동요시인인 윤복진의 작품과 삶을 소개하는 의미있는 전시가 열린다. 대구시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3월 31일까지 대구근대역사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기획전 ‘동요의 귀환(歸還), 윤복진 기증 유물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윤 선생의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1930~1950년대 윤 작가의 작품과 습작노트, 음반 등 유물과 자료 중 일제강점기 문화예술 활동의 단면을 볼 수 있는 60여 점을 선보인다. 윤 선생의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분석한 내용을 소개한다.

조경선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근대 한반도 3대 도시 중 하나였던 대구에는 전국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문화예술인들이 있었다”며 “서울 중심의 예술인들만 부각되고 기억된 상황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출신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재조명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기증자에 대한 감사와 함께 근대 문화예술 자료의 기증 문화가 선순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전시 제목 ‘동요의 귀환’은 동요가 다시 위상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윤복진이 필명인 ‘귀환’을 따서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 이 전시는 윤복진이 성장하고 활동한 시대의 연표와 함께 주요 인물과 예술활동을 펼친 공간에 대한 이미지 등으로 구성한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근대 대구로 시간 이동을 유도한다.

946년 발간된 초등용가요곡집. /대구시 제공
946년 발간된 초등용가요곡집. /대구시 제공

1부 ‘시, 노래가 되다’에서는 진급증서, 졸업증서, 소년회 활동과 이를 통해 아동문학가·작사가로 성장하는 윤복진과 그의 습작, 시작노트, 동요곡집 ‘꽃초롱 별초롱’(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소장) 등을 선보인다. 2부 ‘노래에 담은 근대의 꿈’에서는 윤복진 작사, 박태준 작곡의 음악노트와 1920, 1930년대 발표된 동요의 악보, 악보집을 전시한다.

윤복진이 소장했던 홍난파의 ‘조선동요 100곡집’ 중 상권(1929년)과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 동판 악보(국가등록유산), 윤복진 작사, 홍난파 작곡의 동요가 담긴 유성기 음반 등을 전시한다. 특히, 박태준 작곡, 윤복진 작사로 1934년 출간한 ‘돌아오는 배’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이 작곡집은 1931년에 출간한 ‘중중때때중’과 1932년 출간한 ‘양양범버궁’에 수록된 동요와 민요 13곡을 모아 재출간한 악보집이다. 3부 ‘초월, 경계를 넘다’에는 윤복진이 모은 문화예술 자료를 통해 일제강점기 지역 문화예술의 상황과 음악, 영화 평론가로 활동한 윤복진의 면모를 보여주는 자료로 채운다. 당시 문화예술인들의 이론적 철학적 기반이 된 책과 영화 시나리오 등이 함께 전시된다.

4부 ‘무영당, 예술과 사람’에서는 무영당 서점 개점을 시작으로 대구 최초 민족 자본 백화점인 무영당 백화점을 중심으로 예술인들의 교류 흔적과 당시 백화점에서 제공한 다양한 음반, 영화의 홍보물을 선보인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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