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견 좁히지 못해보류 결정<br/>저장시설 규모 등 놓고 의견 갈려<br/>원내 지도부에 협상 일임하기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가 특별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원내 지도부에 협상을 일임하기로 했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에 따르면 이날 열린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고준위 특별법을 원내 지도부 합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오는 29일 소위가 한 차례 더 예정돼 있지만,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까지 보름 남짓 남은데다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법안이 사실상 자동 폐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안은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국내 임시 저장시설이 10년 내 수용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여야에 의해 각각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국민의힘 김영식(구미을)·이인선(대구 수성을) 의원이 각각 제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제정안과 유사한 취지의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월 기준 한빛, 한울, 고리 등 다수 원전에서 10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량이 포화 수준에 이른다는 점이다.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 새울(2066년) 등의 원전에서도 부지 내 핵폐기물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기한이 제한돼 있다. 이에 이미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운영하기 위해 영구 처분시설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여야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날까지 11차례의 법안소위 심의를 통해 고준위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관리시설 확보시점과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규모 등을 놓고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설계수명 이후 ‘계속운전’까지 고려해 원자로 운영허가 기간 중 사용 후 핵연료 발생 예측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자로 설계수명 기간의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만을 법안에 담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원전의 최초 운영허가 때 심사한 설계수명이 끝나면 저장시설 용량도 늘릴 수 없게 된다.
한편, 이날 소위에서 여야 간 법안 심의가 진전을 보일 기미가 없자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해당 법안을 원내 지도부에 맡기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