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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정치적 대중성’ 입증한 한동훈

등록일 2023-11-21 18:59 게재일 2023-11-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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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한동훈 법무장관이 내년 총선판세의 핵심변수로 부상했다. 지난주 대구를 찾아 처음으로 대중들과 스킨십을 가진 한 장관은 며칠 만에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성공적인 정치데뷔를 한 것 같다.

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한 한 장관은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한 장관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마치 중견정치인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한 장관도 바쁜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시민들과 즉석 사인회를 열고,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 동대구역에서는 시민들의 사진촬영과 사인요청으로 예매해둔 서울행 기차표를 취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한 장관이 이날 대구시민을 감동시킨 것은 ‘대구시민을 존경하는 이유’에 대한 그의 발언이었다. TK(대구경북)지역은 최근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로부터 기분이 상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TK의 지원을 받아 국민의힘 대표까지 지낸 이준석은 요즘 다양한 좌파매체에 출연해 대구의 보수성을 공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호남출신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TK를 비롯한 영남지역을 ‘낙동강세력’이라고 명명하며 적대시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의 TK조롱 사례는 여기서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

반면, 한 장관은 이날 “대구시민들은 6·25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도시를 내주지 않고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전쟁의 폐허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산업화를 진정으로 처음 시작했고 다른 나라와의 산업화 경쟁에서 이긴 분들”이라고 했다. 나는 ‘TK의 아이덴티티(정체성)’에 대해 이만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외지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

한 장관이 말한 것처럼, TK지역은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데 앞장서왔다. 6·25전쟁 당시 이 지역에서는 지게꾼까지 나서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했다.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독재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대구고교생들의 2·28 민주운동은 이 나라 민주화의 횃불이 됐다. 삼성을 태동시키고 포항제철소를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우리나라 산업화의 산실이 된 곳도 TK지역이다.

한 장관의 대구방문 이후 그의 정치 데뷔는 기정사실로 된 것 같다. 국민의힘에선 조만간 있을 개각에서 그를 총선출마 후보군으로 합류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장관에게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할 역량이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한 장관은 그동안 극단성향이 강한 야당 정치인들과의 논리싸움에서 밀린 적이 없는 여권 내 유일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문무(文武) 모두를 겸한 ‘조선제일의 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한국갤럽이 이달 초(7~9일) ‘선호하는 장래정치지도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TK지역에서는 한 장관이 14%로 1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이 홍준표 10%, 이재명 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여론조사 결과는 그의 정치적 대중성을 입증하고 있다. 보수지지층에다 중도·청년층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한 장관의 ‘지방순회 행보’가 내년 총선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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