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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독과 선수로 FA컵 우승 함께 견인 포항스틸러스 김기동-김준호 父子

등록일 2023-11-07 14:00 게재일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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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축구 역사상 한 팀서 함께 우승컵 들어 올린 최초 기록 세워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한 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우승컵 들어 올린 김기동, 김준호 부자(父子)./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한 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우승컵 들어 올린 김기동, 김준호 부자(父子)./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

지난 4일 포항에서 열린 하나원큐 FA컵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축구의 정상에 오른 포항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과 김준호 선수는 한국 프로 축구역사에서는 처음으로 부자가 한 팀에서 뛰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그들은 이번 우승으로 국내 축구 역사에서 한 팀에서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린 또 하나의 최초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두 사람을 만나 이에 대한 소감을 들어봤다.

-우승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어떤가.

김기동 감독 : 기다렸던 우승이었다. 감독 부임 4년 만이다. 하지만 기쁨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우승이 확정 된 순간 100% 기뻤다면 모든 일정이 끝나고 선수들과 구장을 나서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는 70%였고 자고 일어나니 0%,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더라. 다음 경기를 다시 준비해야하고 할 일 이 많다. 그것이 삶이지 않겠는가. 목표로 했던 우승을 이루었으니 그것을 발판으로 더 준비해서 남은 시즌을 잘 치러 내겠다.

김준호 선수 : 누구나 프로선수가 되면 우승컵을 들어올리길 소망한다. 그러나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은 아니다. 저는 예상외로 빨리 그 기회가 왔다. 동료들 덕분이지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버지와 한 팀에서 우승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부자가 한 팀에서 우승 한 경우는 이번이 최초이다.

김기동감독 : 아들이 고3때 스틸야드에서 대회 결승전을 치르며 골을 넣고 우승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TV로 보면서 내가 뛰었던 운동장에서 아들이 뛰고 있고 거기에 우승까지 하는걸 보며 감회가 새로웠었다. 그런 아들이 졸업을 한 후 프로에 오게 되었고 그 팀이 내가 감독으로 있는 포항스틸러스였다. 처음에는 많은 우려가 있었다. 주위의 시선도 그렇게 곱지만은 않았다. 아들이 데뷔전을 치르고 지금까지 경기에 나서면서 잘 성장해 주었고 함께 우승이라는 순간까지 맞이했다. 정말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일 아닌가 싶다. 축구선수 자식을 둔 다른 선수 출신 축구인들 또한 부러워들 하더라. 내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인데, 그동안 격려와 응원을 많이 해줬다. 정말 감사드린다.

김준호 선수 : 부자가 한 팀에서 뛰는 것도 최초이고 한 팀에서 우승 한 것도 처음이다.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우승컵을 들고 싶다고 인터뷰 했던 적이 있다. 실제로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고 아버지가 우승한 것이 더 좋은가? 선수로서 뛰면서 아들이 우승한 것이 더 좋은가?

김기동 감독 : 나는 내가 팀을 이끌면서 우승한 것이 더 좋다. 감독으로서 첫 우승이다. 포항은 시즌을 시작할 때 항상 저평가를 받는다. 다들 하위스플릿, 강등권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승을 만들어 낸 것이 더 뜻 깊다. 아들은 아직은 나이가 있으니 선수로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는가. 

김준호 선수 : 솔직히 아버지가 우승한 것이 더 좋다. 난 앞으로 열심히 뛰면 또 기회가 있을테고…. 그동안 옆에서 지켜 본 아버지는 경기를 앞두고 매번 연구하고 고민하는 등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4년간 우승 커리어가 없어 안타까웠다. 선수로서도 우승을 하게 되서 기뻤지만 아버지께서 간절하게 바라던 것을 이루셨기에 너무 기분 좋았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싶다. 

-아버지가 같은 팀의 감독이라 힘든 점은 없었는가.

김준호 선수 : 처음 입단할 때는 형들 눈치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다른 또래들에 비해 실력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점도 있어 많은 우려들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많은 고민 끝에 선택 해 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간 이런저런 부담이야 왜 없었겠는가. 다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아버지의 명성과 팀 지도에 누가 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게 아버지와 나 모두 사는 길이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김기동 감독 : 이제 첫 우승을 해 봤으니 앞으로도 더 많은 준비를 해서 1년에 한 번씩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웃음).

김준호 선수 : 우리 팀의 주장 승대 형은 10년 전 신인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는데, 이번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컵을 안았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고 멋있더라. 나도 열심히 해서 10년 뒤에는 포항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컵을 들고 싶다. 그리고 리그 501경기를 치른 아버지처럼 선수로서 오래 뛰고 싶다. 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

/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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