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로 정가가 어수선하다. 경기도 분도(分道) 시민공청회에서 이런 제안이 처음 나온 것은 이해할 만하다.
김포시민이야 서울 편입을 원할 수 있다. 그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당론으로 받아들였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포골드라인 교통 대책 시민 간담회에서 김포시민이 의견을 모은다면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생활권·통학권, 직장과 주거지 간 통근 등을 봐서 서울시와 같은 생활권이라면 행정 편의가 아니라 주민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원칙적으로 서울과 출퇴근이 공유되는 곳은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고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김포뿐 아니라 고양·부천·광명·구리·하남 등 서울 인근 도시들이 모두 들썩인다.
김 대표 논리대로라면 수도권 전체가 서울이다. 대구·부산·광주 등 전국에서 중환자는 서울 대형병원으로 간다. 콘크리트 아파트 한 채에 30억~40억 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속이 편치 않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렇다고 전국을 서울로 집어넣을 수는 없다. 집중도를 낮춰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경기(京畿)’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고려 현종(1018) 때다. 고려 초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왕도(王都) 주위 오백 리에 ‘적현(赤縣·京縣)’과 ‘기현(畿縣)’을 설치했는데, 이를 통합하면서 경기라고 부른 것이다.
경기도는 원래 서울과 한덩어리다. 조선 시대 이후 서울 중심이 더 강화됐다.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낸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국토교통부 균형발전현황판을 보면 서울·인천·경기,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6%다. 1960년 20.8% 수준이었던 수도권 인구 비중이 80년 35.5%, 90년 42.8%으로 치솟더니 2019년 말 드디어 절반을 넘어섰다. 면적은 서울이 전체 국토의 0.6%, 인천 1.1%, 경기 10.6%로, 합쳐서 11.8%, 10분에 1에 불과하다.
그런데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서울이 4만9천680원으로 대구(2만 5천543원)의 두 배에 이른다. 수도권은 4만703원, 비수도권은 3만9천212원이다. 청년 실업률도 수도권이 4.67%인데, 비수도권은 6.36%다. 그러니 서울로 몰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뭘 더 가져다 붙이겠다는 건가.
김포의 서울 편입 정책은 선거용이라는 정황이 분명하다.
내년 4월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절체절명의 고비다. 레임덕이냐, 힘 있는 임기 시작이냐를 가르는 선거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수도권 민심을 확인했다. 그대로라면 수도권에서 지난 총선 결과인 103 대 16보다 더 나을 수 없다.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안간힘을 쓰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 대계를 좌우할 문제를 선거용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린벨트를 설정하고, 수도 이전을 구상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면 아무리 다급해도 그런 꼼수를 부렸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종시 이전 공약으로 선거 때 ‘재미 좀 봤다’라고 말했다.
좋은 구상이라도 선거에 연결하면 왜곡되기 마련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지역 특성과 전체 연결을 고려하지 않은 나누어 먹기가 되면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치적 거래, 그 이후 선거 때마다 이용되면서 표류하고 있는 새만금은 전형적인 득표 미끼가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코로나 지원금도 선거 전 현금 살포에 이용됐다.
선거를 계기로 기발한 정책들이 발굴된다.
평소 관료 조직의 경직성을 뚫기 힘든 과감한 정책도 선거를 계기로 실현되는 일도 있다. 미국의 뉴딜정책도 선거를 통해 나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국가 미래에 대한 거대한 디자인에 맞춰져야 한다. 당장 기존의 지역 발전 구상은 어떻게 할 건가. 여야를 막론하고 비전은 없고, 잔꾀만 느는 것 같아 걱정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