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0총선을 6개월 앞두고 오늘(11일) 실시되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지난 주말부터 국민의힘에도 내부혁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부산출신 하태경 의원이 당 혁신을 위한 총대를 멨다. 하 의원은 지난주말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고향인 해운대갑구를 떠나 서울 험지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3선인 하 의원은 국회의원이 한 지역구에서 세 번 넘게 연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었다.
하 의원이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솔깃하다. 아마 여당 중진, 특히 손쉽게 국회의원 선수(選數)를 늘려온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울산)지역 의원들에겐 하 의원의 서울험지 출마 선언이 ‘올게 왔다’는 압박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 의원의 지역구포기 선언은 당 지도부를 향한 채찍으로 들린다. 지금 여당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꼼짝 못하고 있는데도, 하나같이 먼 산 구경하듯 하고 있다. 오직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공격에만 총력을 쏟으며 반사이익에 기대는 모습이다.
하 의원처럼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사람이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년 총선은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전쟁 같은 선거가 될 것이다. 진영간 이데올로기 갈등이 지금보다 심각한 때는 없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영남권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에 졌다.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쯤이면 당이 비상상황에 들어가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당 안팎을 보면 긴장감이나 역동성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총선 승패가 결정될 수도권 판세가 위기상황임을 나타내는 지표가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대통령실 핵심참모나 당 중진들은 쉽게 당선되는 영남권만 기웃대는 모습이다. 여당은 지금 국민에게 혁신과 변화의 에너지를 보여줄 때다. 그러려면 현 정부에서 혜택을 많이 받은 중진들이 총선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당에 헌신해야 한다.
여당이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중도층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방법밖에 없다. 중도층은 이념보다는 바람이나 감성에 흔들린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선거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의 전략은 당 지도부와 중진들의 기득권 내려놓기다. 집권당내에서 총선불출마나 인적쇄신, 적지 출마론 같은 ‘자기희생적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 중도층은 여당에 눈길을 줄 것이다. 하 의원처럼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 지역구에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민주당은 지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면 이런 일은 다반사로 발생할 것이다.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우리나라가 합리적인 다수 힘으로 운영되는 정상적인 국가가 되려면, 내년 총선에서 이런 세력이 헤게모니를 잡는 것은 꼭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