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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비자제도가 인구문제 해법될 수 있다

등록일 2023-09-05 18:42 게재일 2023-09-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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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어떤 자리에 가도 가파르게 떨어지는 출산율이 화제다. 우리세대에서 국가소멸이 가시권 내로 들어온 탓이다. 만약 이 시점에서 인구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후세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역대 가장 낮았던 4분기 합계출산율(0.702명)과 관련한 사설을 쓰면서 ‘인구재앙’을 언급했던 적이 있다. 만약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걸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가 0.6명대로 떨어지면,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01명으로 더 떨어졌다. 통상 1분기에 아이를 가장 많이 낳고 해가 바뀌는 4분기에 가장 적게 낳는 점을 감안하면, 올 4분기에 0.7명대 마지노선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미 대구는 출산율이 0.67명으로 서울(0.59명), 부산(0.66명)과 함께 0.6명대로 떨어졌다. 전국 17개 시도를 통틀어 출산율이 1명을 넘은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세종시의 출산율도 0.94명이다. 올 1분기만 해도 1.19명이었다. 충격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출산율도 1.3명이다.

미국 학자 조앤 윌리엄스는 EBS 다큐멘터리에 나와 한국 출산율 수치를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다”며 머리를 감쌌다.

한국의 인구절벽은 그야말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소도시 소멸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까 대도시가 아니고는 산부인과·소아과를 찾아볼 수 없다. 당연히 일차적으로 초등학교가 붕괴되고 있다.

경북도를 예로 들면, 2023학년도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32개교다. 이 중 14개교는 2~3년 연속 신입생이 없었다. 입학생이 1명뿐인 학교도 30곳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했다시피, 돈으로 저출산 추세를 막기는 불가능해졌다. 내년에도 저출산 극복예산으로 17조5천900억원을 책정해 놓았지만, 대부분 예산항목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제 인구정책 패러다임을 외국인 유치 쪽으로 전환할 때가 된 것 같다.

정부는 경북도가 제안한 ‘광역비자’제도(시도지사가 외국인 노동인력, 유학생 유치를 위해 비자 발급 권한을 갖는 것)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도 지난해부터 광역단체장에게 비자발급권을 주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지방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1명이 입학하면 부모 2명에게 취업 비자를 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현재 국회에는 임이자 의원(상주·문경)이 발의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인구감소지역을 관할하는 시·도지사가 외국인 우수산업인력의 배우자·부모·자녀에 대한 비자발급을 법무부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우선 이 법안이라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소멸 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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