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의 사찰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문이 있다. 일주문(一柱門)이다. 불교의 철학을 담아 기둥을 한 줄로 세웠기 때문에 일주문이라 부른다.
네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덮어 얹는 것이 보통의 건축 양식이나 일주문은 일직선상에 있는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독특한 양식을 취한다.
일주문의 백미로 부산 동래 범어사 일주문을 손꼽는다. 2006년 국내 최초로 국가지정 문화재인 보물로 지정된 일주문이다. 높은 화강암의 주춧돌 위에 건물을 앉혀놓은 상체 비만형 건축물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산과 계곡의 바람과 태풍에도 끄덕이 없다. 한국 불교건축이 가진 독특한 기술 덕분이다.
사찰의 일주문이 모두 이처럼 특이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한줄로 기둥을 세운 것은 일심(一心)을 의미한다.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심으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뜻이다.
일주문부터는 부처님의 세계다. 비록 담벼락은 없으나 부처님 세계와 중생이 사는 사바세계와 구분되는 문이다. 이곳을 통과한 모든 사람은 지금부터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불교 문화유산 지정이 그동안 사찰의 주요 불전 위주로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문화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일주문이 무더기로 보물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올해 전국 50여 개 사찰 일주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끝에 대구 달성 용연사, 합천 해인사 등 6곳의 일주문을 보물로 지정키로 했다. 작년 대구 동화사 등 전국 4개의 일주문이 보물로 지정된 데 이은 추가 지정이다. 일주문의 가치가 늦게나마 제대로 평가를 받아 다행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