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이슈가 ‘영호남 민심’을 건드리는 아주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남 양산에 거주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예민한 이슈에 불을 붙였다. 그는 최근 SNS에서 양산 평산마을과 전남 구례 양정마을 자매결연 소식을 전하며 ‘영호남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퇴임 후 정치에선 손을 떼겠다던 전직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가장 자극적인 정치적 이슈를 언급한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며 “세계 엑스포 부산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말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PK(부산·울산·경남)지역민의 ‘반(反) 정부정서’를 자극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지역 여당 국회의원들은 “민주당이 엑스포 유치에 재를 뿌리고 있다”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내년 총선에서 영호남 지역감정이 또 쟁점화되면 여당에 이로울 게 없다. ‘민주당이 은근히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바란다’는 여론이 형성된다고 해도 국민의힘 의석 확보에 도움이 안 된다.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상황속에서 진행된 21대 4·15 총선때도 진보진영은 ‘대구손절’‘대구봉쇄’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그 결과 21대 총선은 사상최고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진보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조직력을 굳히며 180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집권당이 지금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문재인의 입’과 ‘잼버리 파행’이 아니라,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대응이다. 21대 총선(2020년)의 최대 승부처도 수도권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당의 수도권 의석은 18석으로 민주당 97석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경기·인천 현역 의원의 80%는 민주당 소속이다. 총선현장을 취재해보면, 현역 의원들의 조직력과 자금력, 홍보전략은 정치신인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다선 현역의 경우, 재정후원회와 세분화된 조직력이 아주 탄탄하다. 지역구 사무실도 별도로 있어 주민들과 상시 접촉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이 최근 “대부분 수도권 국회의원이 민주당이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그들과 대항해 싸우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한 말은 집권당이 절대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집권 초부터 내부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거대 야당을 상대할 전략과 혁신이 거의 안 보인다. 그러니 당 외연을 막는 울타리가 더욱 단단해지고, 경쟁력 있는 인물들이 바깥에서 겉도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부산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여당은 여소야대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지금부터 당의 확장성을 위해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수도권, 중도층, 2030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혁신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혁신을 주도할 스타급 인물, 예를 들어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같은 비판적 지지그룹을 당이 흡수해야 한다. 지지율이 30%대에 갇힌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인물들을 중심으로 공천리스트를 작성할 경우, 당의 확장성은 ‘제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