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이 마침내 성사된 가운데 당내 계파 갈등의 향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번 만남에서 총선 승리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했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보여 향후 내부 갈등이 얼마나 잦아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28일 두 대표의 회동 후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두 사람은 내년 총선 승리가 국민을 위한 민주당의 역사적 소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지속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하며 당의 결속을 위해 이 전 대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총선 승리에 당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반면 이 전 대표는 도덕성과 민주주의 회복을 통한 “대담한 혁신을 통해 단합하고 국민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또 “지금 민주당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고, 당내 분열의 언어를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비명계를 향한 강성 지지층의 공격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며 이 대표도 단호한 대응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을 두고 당내에선 친명계와 비명계의 구심점인 두 사람이 총선 승리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전 대표와 화합하는 모습을 통해 비명계를 포용하는 등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명 ‘공천룰’ 등 내년 총선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 여전히 산적해 있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숙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5월 음주운전 전력자와 투기성 다주택자 등은 예외 없이 배제하고 학교폭력 전력자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공천안을 확정바 있다. 그러나 당 혁신위원회가 공천룰 혁신을 예고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 양상도 지속되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공천룰 혁신 명분으로 “현역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공천이 곧 당선인 호남 현역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상대적으로 비명계 의원이 많은 지역을 위주로 반발이 거세다.
여기에 친명 성향의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최근 “총선에서 이기려면 현역 중 50%는 물갈이돼야 한다”고 밝혀 비명계의 의구심을 키웠다. 지난 21일 혁신위에서 제안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여부도 불씨로 남아 있다. 투표자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명계에선 ‘비명계 색출’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두 대표의 만남에 대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며 평가 절하했다. 황규환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마치 대단한 논의라도 할 것처럼, 두 번의 연기 끝에 성사된 회담이지만 결국 반성이나 혁신의 의지도 없는, 국민 눈치에 등 떠밀린 회동”이라고 꼬집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