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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그사람

등록일 2023-07-30 16:49 게재일 2023-07-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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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정상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평가하고 판단하면서 살아간다. ‘저 사람은 부정적이야, 위치의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이런 평가는 그 사람의 실체라기보다 내가 본 그 사람이고 내가 해석한 그 사람이다. 우리는 수많은 대화 속에 이런 오류를 범하면서 살아간다. ‘아들아, 친구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돼!’ ‘엄마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나도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야’ 엄마와 갓 중학생이 된 아들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아들이 예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자기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현상에 대해서 자신의 가치관대로 평가하고 해석하기 마련이다. 기업이나 가정에서도 대화가 제일 어렵다고 한다. 상사와 부하직원, 동료와의 관계도,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 심지어 평생을 한 이불 덮고 살아온 부부 간에도 대화가 참 어렵다. 이것은 상대 관점에서 보기보다 자기 관점에서 생각하고 얘기하기 때문이 아닐까.

커뮤니케이션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내가 아는 지식을 전하고자 하는 상대에서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읽고 일 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대화가 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정의라고 한다. 일상 대화에서도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도 받게 되는 데, 이것은 자기 판단이 들어가는 순간 상대와 견해차이로 충돌이 일어난다. 실상 그대로를 보는 ‘관찰’ 관점보다 자기 주관이나 판단이 들어간 ‘추측’ 관점으로 보면 상대 시각은 다를 수 있으니 부딪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판단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대화에서 경청을 잘 하면 된다고 하는 데 경청도 쉽지않다. 미국 UCLA 대학교 심리학과 매라비언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구성 요소 중 옷차림, 용모, 인상 등 시각적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단어를 통해서 뜻이 전달되는 것은 7%, 어조, 억양, 음성 등 소리의 요소 38%, 나머지 55%는 제스처, 표정, 몸짓 등 동작 요소에 의해 전달된다고 한다. 동작이나 어조를 제대로 듣지 않으면 소통이 제대로 안된다는 것이니 말하지 않은 것도 듣는 것이 소통의 기술자가 아닐까.

기업의 혁신활동을 사람으로 표현해보면, 뼈대는 조직을 의미하고 살에 근육을 붙이는 것이 혁신이고 동맥, 정맥 등 혈의 흐름을 좋게 하는 것이 혁신 운영이다. 혁신 운영에서는 상하·수평조직의 동맥과 직장생활에서 늘 일어나는 대화의 정맥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혈류 막힘 현상이 일어나 조직이 고혈압이 되면 그 기업은 어려워 지는 것이다.

조직 고혈압을 예방하는 길은 내 판단을 내려놓고 상대의 전부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이 된다. 내가 본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인정하고 상대관점에서 대화를 시작하면 부모자식, 친구, 직장에서 상하·수평조직 등 혈관의 흐름이 좋은 소통을 이뤄 건강한 기업, 미래가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개인의 삶과 기업의 건강은 내 판단을 버리고 상대 관점의 생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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