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에 세워져 있던 짝퉁 거북선이 해체되던 날 많은 언론이 지자체의 세금 낭비의 전형적 사례라 세찬 비판을 쏟아냈다.
짝퉁 거북선은 2015년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 일환으로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으나 한 번도 빛을 보지못한 채 12년간 방치되다 이날 해체된 것. 목재는 땔감으로 철근은 고물상으로 넘겨졌다. 국민 세금이 이처럼 허무하게 낭비되어도 그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이를 바라본 시민도 기가 막혀 한다.
문제는 이런 유사 사례가 전국 지자체에 걸쳐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대구시 군위군의 삼국유사 테마파크도 1천223억원의 예산을 투입, 조성했으나 3년째 적자 운영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얘기로 놀이공원을 만들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속골병 든다는 얘기다.
세금 낭비가 논란이 되는 속에 대구시내 기초자치단체들이 1억원에 달하는 고급 승용차를 의전용 차량으로 구입할 예정이어서 구설수에 올랐다. 대구서구청장과 대구북구의회의장 의전차량으로 1억원 가까운 제네시스 G80 전기차 구매를 염두에 두고 관계기관이 예산까지 편성했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최근 법이 바뀌어 전기차만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제네시스 G80 외 선택지가 없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가 1억원 짜리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면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정서에 맞을지 의문이다.
의전차량은 품격과 안전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인데, 1억원 짜리라면 품격보다 권위에 치중한 선택이란 비난을 받지 않을까 싶다. 또 그보다 낮은 전기차가 있는데도 1억원 짜리를 선택한다면 세금 낭비 비난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