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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동 31.8% VS 권영진 26.1%, 김형동 35.6% VS 권용수 15.4%

박형남 기자
등록일 2023-07-12 20:15 게재일 2023-07-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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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안동·예천 표심 여론 조사<br/>안동 김씨·안동 권씨 2대 문중 지역 전체 인구 30%… 두 문중의 자존심 대결 치열할 것으로<br/>김형동 양자대결서 모두 우위 보이지만 낮은 의정평가 시급한 과제… 높은 부동층은 변수로<br/>권영진, 고향 안동 출마 염두 높은 지지도 고무적… 권용수, 지역민과 접점 넓히는 등 위협적

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은 긍지가 강하고 자존심이 남다른 지역이다. 안동 전체 인구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안동 김씨, 안동 권씨 2대 문중의 입김이 선거판에 항상 영향을 미친다. 실제 그동안 선거 구도도 안동 권씨가 국회의원이 되면 안동 김씨가 안동시장에, 안동 김씨가 국회의원을 하면 안동 권씨가 안동시장에 당선된 경우가 다반사였다. 두 문중의 자존심 대결이 그만큼 치열했다. 그래서 선거철마다 안동이 ‘조선시대냐’라거나 ‘문중 세도정치가 남아있다’는 말이 나왔다. 

제헌국회 이후 과거에는 밀양 박씨, 의성 김씨, 풍산 류씨 문중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기도 했으나 15대 이후부터는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 문중에서 싹쓸이했다. 지난 15대 총선에선 신한국당 김길홍 후보가 보수진영의 지지를 얻어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통합민주당 소속이었던 권오을 후보가 안동 권씨 문중의 지지로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18대 총선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동 김씨 문중 김광림 전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허용범 후보에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예천과 안동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면서 안동 특유의 문중 대결구도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안동 인구가 예천 인구보다 3배가 많은 탓에 문중 대결구도는 여전히 이어졌다. 당초 안동 김씨인 김형동 의원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나설 때만 해도 큰 격차의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안동 권씨인 권오을·권택기 두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벌인 경쟁에서 김 의원은 비록 승리하긴 했어도 경북지역에서 최저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안동은 정치 성향이 정당보다는 문중의 영향력이 막강함을 보여준다. 이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총선 역시 문중 대결로 흐를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다만, 현 선거구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다소 유동적이다. 군위가 대구시로 편입되면서 의성·청송·영덕이 인구 하한 미달로 단일 선거구 유지가 불가능해 안동·예천 지역구가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예천이 의성·청송·영덕 선거구에 묶이게 될 경우 안동은 다시 단독 선거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안동에서 문중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현재 안동·예천에서 내년 총선을 향해 뛰고 있는 인사는 김형동 현 국회의원과 권영진 전 대구시장, 권용수 건국대 교수 등이다. 선거구 조정 문제에 따라 출마자가 늘어나거나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지역의 총선 관심사는 한노총 출신의 노동 전문 변호사로 국회에 첫 입성한 김형동 의원의 재선 여부였다. 그러나 최근 판이 확 바뀌고 있다. 그간 대구지역 출마설이 돌았던 권 전 시장이 고향인 안동 출마를 사실상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권 전 시장은 “대구 중·남과 대구 달서병에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고향인 안동 출마 가능성을 본지에 내비쳤다. 이번에 권 전 시장을 안동·예천 지역 여론조사에 넣어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본지가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의힘 경선 다자대결 조사에선 김 의원이 30%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고, 권영진 전 시장이 18.6%, 권용수 건국대 교수 7.8%였다. 기타후보 8.3%, 지지후보 없음은 26.3%로 집계됐다. 김 의원의 지지도는 현직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다소 낮았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향후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할 수 있다. 권 전 시장은 아직 단 한 번도 안동 출마를 언급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실시된 다자대결 조사에서 단숨에 18.6%를 기록해 향후 선거판을 출렁이게 할 저력을 확인시켰다.

특히 다자대결과 달리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김 의원과 권 전 시장의 지지도 차는 더 좁혀졌다. ‘두 사람이 국민의힘 공천경선을 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는가’를 물어본 결과, 김 의원은 31.8%, 권 전 시장은 26.1%를 얻었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김 의원으로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대목이다. 이 설문에서 지지후보 없음, 잘 모름의 부동층은 31.1%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그나마 권 교수와의 양자대결에서 35.6%를 얻어, 15.4%를 얻은 권 교수를 여유롭게 따돌렸다. 이 설문 결과 역시, 부동층이 33.8%로 비교적 높았다.

김 의원은 의정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매우 잘한다 16.9%, 잘하는 편 26.4%)가 43.3%인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잘못하는 편 17.4%, 매우 잘못한다 20.5%) 역시 37.9%나 됐다. 이는 국민의힘 정당지지도인 57.3%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인 60.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김 의원이 안동·예천 지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볼 때 당 수석대변인, 대선 선거대책본부 대변인, 원내부대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맡으며 중앙 정치권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과 지역 민심은 다르게 흐르는 모양새다. 남은 총선 기간 동안 지역 표심을 잡는 것이 김 의원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다자대결에서 지지율 18.6%, 현역의원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를 기록한 권 전 시장은 앞으로 대구시장 재선이라는 인지도를 활용, 본격 움직이면 일단 안동·예천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인지도와 다음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향후 대선 도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 부동층 표심도 상당부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권 전 시장도 최근 고향 발걸음을 서서히 늘리고 있다. 그는 권정달 전 의원 미수연(88세 생일)에 참석해 전·현직 시장을 비롯해 안동 권씨 문중 어르신, 지역 기관장들과 두루 만난데 이어 지역 상공계 등의 지인들과 만나 고향 안동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권 전 시장의 안동 총선 출마 이야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적으로 등판 시기를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대구에서 여론이 기대한 만큼 좋지 않아 고심 끝에 안동에서 출마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은 그에게 큰 부담이다. 또 그동안 “대구시장을 지낸 만큼 대구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해 왔었던 만큼 안동을 갈 경우 권 시장 스스로 약속을 뒤집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권 전 시장이기에 대구 정치권 지각 변동이라는 경우의 수가 발생하면 대구의 어느 한 선거구에 남을 가능성도 배제치 못하고 있다. 이 경우 대구지역 현역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권 전 시장과 대결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권 전 시장이 이번 여론 조사 후 안동으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대구 현역들이 쾌재를 불렀다는 전언이 그 방증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안동시장 경선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권용수 교수도 7.8%라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특히 김 의원과의 양자대결에서 15.4%의 지지율을 기록한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기획총괄팀장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아 역량을 키웠다. 권 교수는 현재 안동미래포럼연합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현직 교수라는 신분 때문에 아직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안동·예천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등 지역민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본지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30% 넘는 부동층 표심을 흡수한다면 얼마든지 위협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이번 조사에 반영하지 않았으나 김명호 전 경북도의원의 출마 여부도 관심을 끈다. 안동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왔고 3선 경북도의원을 지낸 그는 지난해 윤석열 선대위 지역소멸위기 대응정책 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된 바 있다. 김 전 도의원은 제16대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안동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당시 한나라당 권오을 후보에 밀려 낙선한 바 있다.

안동에서 법률사무실을 운영중인 안형진 변호사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예천 출신 인사인 황정근 변호사와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도 안동·예천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안동과 예천이 분리될 경우 이들은 예천을 기반으로 한 지역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 변호사는 잇단 설화로 논란이 됐던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징계를 내린 인물이다. 그는 예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법대 80학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이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사법연수원 15기 동기이다. 지난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 법률 대리인 단장을 맡기도 했다.

안 부시장은 대구 대건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39회)로 공직에 입문해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비서관실 행정관·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장,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다만 황 변호사와의 친분이 두터워 안동·예천보다는 출마할 경우 대구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 후보로는 경북 부지사를 지낸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이런 탓에 출마를 할 지, 임기를 채울 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안동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위한 안동·예천 지역위원장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아직 출마에 대한 마음을 굳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조사는 경북매일신문이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지난 9∼10일 이틀간에 걸쳐 안동·예천 만 18세 이상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 응답률은 5.9%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조사 개요

이번에 진행된 경북 안동시·예천군 여론조사는 경북매일신문 의뢰로 7월 9일∼10일 (2일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에브리씨앤알에서 실시하였으며,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표본 2만3천901명 (SKT: 7천197명, KT: 1만4천386명, LGU+: 2천318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형남·피현진·고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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